포스텍(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김도연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현재 청계재단 이사 활동을 하는 등 친이계 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신임 총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재임 중엔 모교에만 특별교부금 지시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불명예퇴임한 데 이어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땐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매입했다가 팔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총장 선임 과정에서 이 같은 도덕성 검증은 제대로 거친 것인지 의문이 나온다.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이사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는 지난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8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용민 총장 후임으로 김도연 전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포스텍 이사회는 “김 신임총장은 포스텍이 국내 과학계에 미치는 효과와 의미를 잘 인식하고 ‘포스텍을 존경받는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실현할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김 총장이 혁신주의자인 동시에 화합형 리더십의 소유자로서 포스텍의 미래를 합리적으로 잘 이끌어 갈 적임자로 판단한다”며 “신임 총장 선임을 계기로 교직원, 학생, 동문, 법인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포스텍 건학이념 구현 및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도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밝혔다.

김도연 신임 총장은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재료공학과 출신으로 재료공학 및 무기재료공학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 때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낸 정무직 관료이다. 또한 김 신임 총장은 현재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장학회인 청계재단의 이사로 재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도연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신임 총장. 사진=포스텍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30일 “아직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하진 않았다”며 총장 취임 이후에도 계속 재직할지 여부에 대해 “겸직동의서를 쓰면 되는 것으로 안다. 급여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는 7~8월에 있을 이사회에서 겸직에 대한 논의를 할지는 모르겠다고 이 국장은 전했다.

김 신임 총장은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실국장들에게 자신의 모교(서울대)를 방문하고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특별교부금을 500만 원씩 지원하라고 지시해 비판을 받았다. 교과부는 그해 5월 22일 “모교만 지원한다는 비판과 지적은 겸허히 수용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김도연 당시 장관은 이틀 뒤 긴급 실국장회의를 소집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사임했다. 

이후 2011년부터 2년 여 동안 초대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맡은 김 신임 총장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공직자 재산신고 전에 매각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신임 총장은 2012년 7월 2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업무보고에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자격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이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김도연 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국과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 R&D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OCI(전 동양제철화학)에 주식을 투자하고 2006년 8월 유가증권을 매입한 나노스퀘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R&D 지원을 결정해 ‘자신의 직무와 밀접한 영리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김도연 위원장의 공직자 재산신고 자료(2012년 3월 23일자 전자관보 등재)를 보면 본인 보유 주식 가운데 OCI  주식(본인 330만 원, 배우자 746만3000원 등 모두 1079만 원)과 나노스퀘어 유가증권 지분(1000만 원)을 보유했다며 정부가 OCI에 76억1500만 원을, 나노스퀘어에 1억2900만 원의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박 의원은 그날 열린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재임기간인 지난해 11월에 이 지원 업체(OCI) 주식을 샀다가 올해(2012년) 2월에 판매했다”며 “원래 고위 공직자는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하는 것을 아느냐”고 따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어쨌건 이 논란을 빚게 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직자로서 없었으면 더 좋았을 일인 것 같은데…그것을 전액 판매해서 지금 하나도 안 갖고 있다”고 답했다.

당시 주식을 계속 보유했을 경우 백지신탁심의위원회 조사가 들어올 것을 우려해 급히 매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당시 “급히 했는데, 신문에 그런 우려가 보도된 바 있어서 그런  논란을 빚지 않기 위해 다 매각했다”고 말했다.

‘과거 교과부 초대 장관을 하다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이번엔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업체의 주식을 보유한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처신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당시 김 위원장은 “그 지적을 수용하겠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나노스퀘어는 제가 서울공대 학장 때 우리 동료가 창업한 회사라 50명의 교수가 1000만 원 씩 내서 만든 벤처”라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지방과학기술진흥협의회 운영위원에 OCI의 양아무개 부사장이 참여하고 있었던 사실도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OCI에 (정부예산이) 지원된 것은 2009년인가로 제가 오기 훨씬 전”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의원은 당시 김 위원장에 대해 감사원의 직무감사를 요청했으며,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소속된 박홍근 의원은 김도연 전 위원장이 3년 지난 뒤 이번엔 포스텍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의원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문성이 있어서 총장 선임이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워낙 교육부 관료들이 총장으로 많이들 가는데, 이번 경우도 정부와 행정지원 관계나 예산확보 차원에서 전관예우적 성격이 있는 것 같다”며 “교육계 내에 팽배한 관행으로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학생들을 키우는 교육계 수장으로 간 것인데, 교육의 지도자로서의 도덕성 면에서는 시비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고위공직자 신분 때 (주식 문제, 모교 편파지원 등 문제로) 도덕성에 엄격하지 못했던 사람이 후세를 지도하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수 출신의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총장 후보들에 대한 비전이 구성원들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증된 후에 선발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과거 대학총장의 능력을 인정받아 총리를 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지금은 장차관 하던 사람이 대학총장으로 가고 하니 총장의 권위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의 한 교수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두 번째로 영입한 총장으로, 총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며 “외부 출신 총장 실험을 하고 있는 데 앞으로 검증을 더 해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관료로 결과적으로 범여권의 낙하산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교수는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여지는 있을 것이나 평교수회의 등 교수들의 의견이 아직 모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욱현 포스텍(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 이사 겸 재단 이사회 총장선임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 신임 총장의 공직자 시절 제기된 도덕성 검증을 했느냐는 지적에 “오늘은 그 정도 하자”고 답했다.

권 위원장은 MB쪽 정파에 몸을 담고 있는 인사가 과학기술 육성 대학 총장으로 가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해 “김도연 교수(총장)가 원래 학자 출신으로, 연구도 열심히 하다가 (교과부 장관 등을 한 것은) 사회의 부름에 봉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청계재단 이사라는) 그 사실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다 알고 있으며, 그를 염두에 두고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모든 위원들이 김 총장에게 정치색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칫 학교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정치색깔이 없는 분이며, 학교발전과 리더십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관계가 원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독특한 장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을 했는지에 대해 권 위원장은 답하지 않았다.

강봉구 포스텍 총장추천위원장(전기전자공학부)은 “총추위나 재단 등 여러 군데에서 추천한 분”이라며 “총장을 잘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구성원 대부분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정치적 바람을 타고 선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교수들이 생각하는 후보를 이사회, 이사장이 존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스텍 구성원들은 지난해 현 김용민 총장의 연임에 반대투쟁을 하는 등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총장 교체에 대한 열망이 대단해 현 총장(김용민) 보다 나은 분을 모셔와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선정하게 됐다”며 “현 총장 재임시절에 어려움이 많았고, 어려워져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총추위는 (총장을) 교체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현 정권과 포항 지역의 유력자 그룹에 있는 사람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낙하산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강 위원장은 “이사회도 (총장 선임) 작업을 같이 하자고 해서 (구성원들의 뜻이 반영된) 한 것으로, 그런 가설(낙하산)은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며 “(정권의 전리품처럼 생각했다면) 지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을 임명했겠느냐”고 말했다.

서의호 교수평의회 부의장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친이계 인사의 총장선임에 따른 독립성 훼손 우려과 같은) 그러한 문제들이 크게 문제시 되고 있지 않다고 본다”며 “총장추천위원회 (7인)는 교수들이 직선으로 선출했고, 그 위원회가 교수들의 희망을 고려해 추천한 후보를 이사회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원종 포스텍 총학생회장은 미디어오늘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도연씨가 청계재단(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재단)의 이사로 활동 중이고,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초대 장관 등 이명박 정부 시절의 관료 출신인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사실이 김도연씨가 낙하산 인사라는 것을 보여주긴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 내의 총장추천위원회, 총장선임위원회 등을 통해 교수님들과 이사진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했다고 학생사회는 믿고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구태완 포스텍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기껏 싸워서 연임반대를 관철해놓고 기껏 선임한 총장이 MB 사람인가라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정치권에 입문했던 사람이 온다고 해서 마땅한 사람이다 아니다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무슨 뜻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엔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 보강 5월 1일 오전 11시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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