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뒤숭숭하다. 상무진을 교체한 주주총회 이후 단행된 국장급 인사에서부터 소유구조 개편작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사원들이 반발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비서실장 임명 = 김근 사장이 전 한겨레 논설위원 출신의 박종문 씨를 비서실장에 임명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해 사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김사장은 지난 5일 오후 김홍태 노조위원장과 만나 박 전 위원을 비서실장으로 데려오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노조는 이날 저녁 집행부 회의를 열어 6일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향후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김사장은 노조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이 사실을 올리자 사무국장에 전화를 걸어 “뭐 그런 것을 가지고 집행부 회의까지 열려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사장은 6일 노조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손발을 맞춰서 일해줄 사람이 없다”며 “회사를 위한 충정에서 내린 결정이니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노조는 6일 ‘박종문씨 영입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연합뉴스 조직에 큰 해악을 끼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박위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김사장이 그 전에도 수 차례 데려올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혀왔음에도 이를 뒤엎었기 때문.

노조는 “김사장은 지난 10월말 노조집행부와의 면담과 소유구조개편 추진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박 전 위원을 데려올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과 한 달만에 말을 뒤집어 사원들로 하여금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사장과 사원들의 신뢰가 담보되지 않고선 산적한 난제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이번 인사가 사장취임 뒤 조직화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노조와의 합의사항에도 정면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건 다시 한번 연합 구성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장급 인사 = 상무 인사에 이어 단행된 국장급 인사에 대한 반응도 부정적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4일 국장급 인사에서 국장급 3명을 이사대우로, 국장대우 3명을 국장으로, 부국장급 6명을 국장대우로, 부국장대우 3명을 부국장으로 승진시켰다. 특히 편집국장·경제국장 등 제작 4국장에 부국장급이 대거 등용되면서 한층 젊어졌다는 평. 반면에 이를 두고 반대파를 밀어내기 위한 포석이 깔린 인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편집상무에 부국장급인 천양철 전 지방국장을 발탁함으로써 김근 사장 취임에 반대했던 실국장급, 이사급 간부를 핵심포스트에서 밀어냈다는 것.

이같은 기류는 편집국장 교체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연합은 지금까지 편집국장직을 완료하면 상무로 승진시키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지난 28일 논설고문으로 내정된 서옥식 전 편집국장의 경우 상무 승진에서 누락됐다. 같은 날 논설위원으로 발령받은 김종구 전 국제뉴스국장의 경우도 임원승진에서 누락됐다. 반면에 이들과 입사동기인 김원호 논설위원실장은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한 기자는 “한 마디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차후에도 이같은 독단과 독선적인 경영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소유구조 개편 = 파업직전 노사합의에 따라 구성된 소유구조개편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원수)는 지난 10월 23일부터 회사 소유구조 개편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단일안으로 ‘신주발행(유상증자)을 통한 공영통신화 방안’을 마련했다. 추진위는 이 안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지난 5일 노조와 경영진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사내 이견이 있어 최종안으로는 확정짓지 못하고 내주 중 경영진과 구체적으로 검토한 뒤 사내에 공개하기로 했다.

당시 노사합의문에는 “소유구조 개편을 위한 실무기구를 즉시 발족시켜 11월말까지 회사 자체개편안을 마련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돼있다. 이와 관련 김원수 위원장은 “연구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현재는 일단 보고서만 마련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김근 사장은 지난 27일 설명회에서 위원회안과 견해가 다르다고 밝혀 노사합의를 통한 회사단일안 마련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한 사원은 “어떤 안이 나오든 우선적으로는 소유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의 문제”라며 “사장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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