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징계에 대한 억울함에 대해 올린 글을 무단으로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K초등학교 H교사는 지난 15일 오후 10시경, 16일 오전 8시경 두 차례 글을 올렸지만 글이 삭제됐다. H교사는 두 건의 글에서 지난해 7월 28일 세종시교육감과 교사의 간담회 자리에서 학교현장에 대한 문제점을 건의한 뒤 징계를 받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간담회를 취재한 충청투데이 보도와 H교사에 따르면 간담회에서는 행정업무가 과중돼 세종시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는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H교사는 세종시 학교 분위기에 대해 “서울 등 대도시와 전혀 다르다”며 “80년대 권위주의 시절같다”고 말했다. H교사는 불법찬조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서 간식을 사는 등의 일이 있었고, H교사는 “그런 관행이 싫어서 학부모들에게 돈을 걷지 않고 내 돈으로 필요한 걸 샀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이 강조하는 교육혁신이나 소통과는 관계가 없었다는 비판인 셈이다. 

간담회 자리 이후 언론보도가 나간 뒤 학교와 교육청은 H교사에 대해 징계(견책)를 내렸다. H교사는 징계가 사실상 그간 문제제기해왔던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이다. H교사는 당시 학교현장의 문제점을 주장하다 지난 7월 12일 회식자리에서 교장에게 항의성 발언을 한 것, 학급 행정 업무 미비 등을 사유로 징계를 받았다. 징계에 불복해 교육청에 소청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30일 징계가 확정됐다. 

   
▲ 세종시 교육청은 현재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8일 충청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세종교육감과 교사 간담회 이후 학교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교사들은 “학교 옮기라는 강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간담회 이후 불이익을 받는 교사들은 세종시 교육청을 상대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H교사는 지난 1월 7일 세종시 교육청 소속 한 장학사에게 협박까지 받았다. 당시 통화 내용을 보면 장학사는 H교사에게 “너 (징계를)안 받아들인다. 그럼 앞으로 내가 너(H교사)를 어떤 식으로든 할거야. 가만있어. 조언이야”라며 추가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H교사가 “교육청 (징계에 대한)감사도 다시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제대로 사실관계 확인도 안하고…”라고 말하자 장학사는 “정확히 녹음해. 나 당신 파면시킬거야. 당신은 교육계에 있을 자격이 없어. 당신은 교사로서 세종시에 있을 이유가 없을 거 같아”라고 말했다. 

이 통화에 대해 세종시 교육청 소속 해당 장학사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통화를 한 것은 잘못이었지만 그런(파면하겠다) 의도는 없었다”며 “이미 징계가 끝난 상황을 서로 안 상태에서 한 통화였는데 H교사가 교장이나 동료교사들과 사이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는 관심은 없고 오로지 승진에만 욕심이 있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도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 장학사는 지난해 2학기에 들어왔고 파면권한이 있거나 실세 장학사도 아니”라며 “초등학교 교원들은 다른 교원들과 달리 선후배 문화가 강한 분위기가 있는데 선배로서 한 얘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청 소속 장학사와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는 H교사에 대해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받아들이기 보다는 남 탓을 하는 사람”이라며 “문제에 대한 징계도 수긍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H교사는 협박성 통화 말고도 교육청이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H교사는 지난해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감사를 받게되고 품위손상과 성실위반으로 징계를 받게됐다. H교사는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지난 2년여간 권위적인 문화 속에서 생활한 것에 대해 힘들었던 일이 떠올라 눈물을 보였다. 이에 당시 징계위 회의록에는 위원들이 H교사에 대해 견책이 아닌 중징계를 내려야 하며 심리상태가 불안하니 치료도 받아야 한다는 발언기록이 있다.  

H교사는 지난 15일과 16일 세종시 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지난 15일 H교사가 속한 K학교에서 불법찬조금을 받지 말라는 내용의 연수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속적으로 불법찬조금을 받지 말자고 주장했을 때는 소위 ‘피곤한 교사’로 보다가 세종시의 이런 관행이 조금씩 알려지자 학교마다 연수를 하기 시작하니 억울했던 것이다. H교사가 두 차례 올린 글은 지난 16일 보이지 않게 됐고 급기야 세종시 교육청은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 글을 타인이 볼 수 없도록 비공개로 전환했다.  

   
▲ 세종시 교육청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관리하는 세종시 교육감 비서실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글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라며 “실명이 언급돼 명예훼손 우려가 있어서 비공개로 했다”고 말했다. H교사는 교원능력평가에서 2000여명의 세종시 소속 교사중 최하점을 받았다. 교원능력평가란 교장 뿐 아니라 동료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제도다. 비서실 관계자는 “학부모 회장이 (H교사학급 학부모들에게) 점수를 주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 글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고 향후 H교사와 학부모회장의 분쟁으로 번질 수 있어서 글을 안보이게 했다”며 “이 게시판은 원래 취지가 교육감에게 건의하는 공간이지 민원게시판은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 교육청은 ‘교육감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모두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H교사는 “혁신과 소통을 강조했던 진보교육감이 당선돼 세종시 교육현장 분위기도 민주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며 “부당함에 저항하며 정의로운 약자를 위해 싸우는 진보교육감이 이제는 새로운 갑질을 하는 게 아닌가싶다”고 말했다. H교사는 “교사 1명을 대상으로 5일씩 감사를 한 것 자체가 표적감사였다”며 징계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 세종시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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