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다. 경찰조직의 문제는 경찰인사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임용-교육-사기 진작이라는 인사 각 단계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경찰 중간계급 특별채용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중간계급 특채는 한해 경찰대학 졸업생 100명, 간부후보생 50명, 변호사 특채 20명 등 1년에 170명이다. 이들이 총경이상 고위급 간부로 한해 승진하는 80명 중 50명 이상을 차지하지만 대부분은 현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사법시험 특채로 경찰에서 20년 근무했던 법무법인 한결 박상융 변호사는 과거 경찰청장을 지냈던 사람이 박 변호사에게 ‘자신은 파출소에 대해 잘 모른다’고 고백했던 경험을 전하며 “현장을 모르는 특채 경찰들이 현장에 맞지 않는 지시를 내린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90%이상의 순경 중 총경 이상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20%정도다. ‘총경 승진 쿼터제’로 할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됐던 지난 16일과 18일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 윗선의 지시에 따라 설치된 차벽과 폴리스라인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시민들을 진압하기도 했다. 단순히 현장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오랜 기간 몸으로 경험한 간부들이었더라도 100여명을 연행하는 등의 방법을 택했을지 의문이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간부들의 현장체험은 야간에 잠깐 파출소에 들러 4~5시간 직원들과 순찰하는 것이 전부다. 사시 특채나 경찰대 졸업생이 중간계급으로 들어오고 이들이 검찰과 맞먹는 법적 지식을 가졌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경찰이 국민들과 접촉하는 지점에는 하위직 경찰관들이 있다. 현장경찰과 간부들이 분리된 인식차를 해소하기 위해 박 변호사는 영국처럼 모든 경찰을 순경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현장에서 인정받은 경찰이 간부로 승진하는 시스템이다.       

   
▲ 4.16세월호가족대책위와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좋은 인재가 들어오더라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조직문화는 달라진다. 신입경찰들의 인권 교육은 부족한 상황이다. 경찰로 채용되면 중앙경찰학교에서 34주간(8개월 2주) 교육을 받는다. 이중 인권·인성과 관련된 교육은 전체 1190시간 중 32시간(2.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채용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4개월은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지만 나머지 4개월은 지구대에 나가 실습을 하는 시스템으로 변했다. 이는 인권교육이 부족한 것 뿐 아니라 경찰 채용제도 변화로 형사소송법 등 기초 지식을 배우지 않고 고등학교 사회, 수학 등을 보고 들어온 신입경찰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전문성 향상에도 걸림돌이 된다. 

최근 전투·의무경찰(전의경)을 줄이고 경찰 인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회현장에는 전의경이 투입되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한 A씨에 따르면 경찰은 집회 나가기 전에 ‘군기’를 잡는다. 사고를 방지한다는 목적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나친 기합으로 인한 불만을 시민들에게 풀게 되는 효과가 더 크다. 전의경들에게 집회 현장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간이라는 기본권 교육은 없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조직문화를 결정하는 요인에는 승진도 있다. 박상융 변호사에 따르면 승진에는 동일부서에서 경험과 자격증과 같은 가점 등이 반영되고, 심사와 시험, 특진과정에서 공정성이나 인품은 반영되지 않는다. 인사권자의 주관적인 평정에 의해 승진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통제와 복종에 익숙해진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경찰 인사평가 제도는 경찰이 시민들을 바라보며 업무에 전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경쟁이 치열한 계급 인사 때만 되면 경찰 조직 전체가 업무보다는 승진을 위한 로비에 매달리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내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7.8%가 금품·향응을 제공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결국 모든 경찰들이 경찰청장을 의식해야하는 단일국가경찰시스템에서 경찰청장의 성향은 집회 현장 분위기에도 반영된다. A씨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의경으로 복무했는데 2008년 경찰청장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밤 12시가 넘으면 불법집회지만 2008년 이전에는 의경들에게 “그냥 고생 좀 해달라”며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이 과격한 행동을 하더라도 일단은 방어하라는 지시도 많았다. 하지만 2008년이 되자 불법집회를 철저하게 따졌고 A씨는 집회 현장에 물대포를 처음 보게 됐다.

   
▲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마리오 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제학 명예박사수여식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을 막기 위해 경찰 병력 80여명이 캠퍼스 내에 투입된 모습. (사진 = 노동당 제공)
 

경찰 인력배치에서도 경찰조직의 가치관이 나타난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경찰인력은 총 10만9300여명이다.(경찰 산하 일반행정, 전의경 제외) 이중 경비인력은 1만800여명으로 전체 경찰 10명 중 1명이 경비인력에 종사하고 있다. 생활안전을 담당하는 경찰은 1만11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보’분야 인력도 약 3500명에 이른다. 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격렬한 시위가 난무하는 공안시대도, 대규모 집회가 매일 발생하는 시대도 아닌데 기동대와 같은 경비분야에 경찰인력이 편중돼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정보인력도 중요한 영역이지만 적지 않은 숫자”라고 지적했다.

인원 배치만으로 업무 내용까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1인당 경찰인력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집회현장을 지키는 경비·정보 인력을 민생현장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독일경찰은 일반 사무는 행정직 국가공무원이 담당하고 전문 국가경찰은 일선 경찰로 투입된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에 인원을 늘릴 수 있고 한명의 경찰인력이라도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다.  

경찰이 신뢰받지 못하는 원인에는 인사 시스템이 한 몫 한다. 경찰 개개인의 능력이 존중받기 보다는 일사불란한 조직 상황에서 구성원의 사기를 올리기란 어렵다. 신현기 교수는 “유능한 사람을 선발해 승진한 사람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인사가 현재 문제가 되는 비간부들의 좌절을 줄이고 조직 팀워크의 붕괴를 막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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