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가운데 조희연 교육감의 정치적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조희연 캠프에서는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의 트위터 내용을 보고 5월 25일부터 고승덕 당시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해당 의혹에 대해 충분하게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희연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주권은 일반적인 사실과 달리 개인 외에는 확인할 수 없는 특수한 부분”이라며 “당사자는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인데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도 고 후보는 제대로 입증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위라고 보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 측이 미숙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천대 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혹은 제기한 측에서 입증을 해야 하고 고 후보 측에서는 대응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허위사실 공표는 정치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는데 증거가 부족하니 결국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최경영 기자는 지난해 5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고 후보 영주권 문제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5월 27일 사실 확인 이후 “(의혹은) 고 후보의 서류제출로 해소된 듯하다. 고 후보께 사과드린다”고 정정 트윗을 남겼다. 

조 후보 측은 이에 대해 확인했을까? 조 후보측 관계자는 “최 기자가 신뢰받을 만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였고 당시 고 후보가 확실한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이 허위라고 판단하긴 어려웠다”면서도 “선거가 일주일정도 남은 상황에서 검증시간이 부족했고, 그 와중에도 캠프에서는 (검증)할만큼은 했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최 기자가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이해관계가 있어야 허위라고 판단할수도 있는데 사적인 이해관계도 없고 만약 이해관계가 있었다면 공개적으로 트위터를 하기보다는 우리 캠프에 와서 조용히 얘기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최 기자가 고 후보 영주권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사과하고 멈췄지만 조 후보 측은 공격을 이어갔던 것이다. 당시 조 후보가 고승덕, 문용린 후보에게 밀려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고 후보에 대해 무리하게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든 대목이다.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만 말했다.

선거당시 의혹을 확인하지 않은 정황은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조 후보측 관계자는 “2014년에 나온 고 후보의 자서전이 초판이 아니라 재판이라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2008년에 썼던 초판을 보면 고 후보가 영주권 신청을 안했다고 했는데 재판을 찍으면서 그부분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고 후보 본인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면 조기 종료될 수 있는 의혹이었다”며 책임을 고 후보 측에게 돌렸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치열 기자 truth710@
 

고 후보는 당시 자신의 자서전을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후보측 관계자는 “고 후보가 지난해 5월 20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임원회의에 참여했는데 고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다”며 “자서전이라는 게 일반인이 쓰더라도 과장이 섞이기 마련인데 선거에 나왔고 거짓말까지 한 사람의 자서전을 믿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서전 초판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했더라도 검증하려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5월 20일 한기총 임원회의에서는 한기총 부회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난한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서 이런사건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모임이었다.  

조 후보에 대한 검찰 기소 당시 경찰에서는 혐의가 없다며 수사를 마무리 한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만료를 하루 앞두고 기소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소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만 볼수도 없게 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더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7명 전원 유죄로 평결했는데 이것을 정치적 판단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무작위로 뽑은 국민들이 참여한 재판에서 이정도 결과라면 조 후보 측은 정치적인 미숙함을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조 후보 측은 정치적 기소라고 판단했고 경찰에서도 혐의가 없다고 봤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소홀하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에 대해서 관계자는 “담당 변호사는 실력있는 분들이고 결과만 보면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조 교육감도 변호인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며 “항소를 통해 무죄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첫째는 진보개혁 교육감에 대한 신뢰감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조 후보측 관계자는 “보수 세력이 진보개혁 교육정책을 공격하는 것과 교육감 직선제 자체에 대한 공격을 할 빌미를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는 “조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발이 크던 상황에서 과거 교육감들에 대한 불신감까지 겹쳐 앞으로는 어떤 진보교육감이 나와도 표를 얻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둘째는 후보자 검증에 대한 문제다. 다른 공직자 선거에서도 선거기간동안 후보자에 대해 검증할 기회가 적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 후보측 관계자는 “TV토론만해도 서울시장은 3번을 하는데 교육감은 1번 뿐”이라며 “800만 유권자를 둔 커다란 선거구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도 떨어지는 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는데 후보 검증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수 일각에서는 꾸준히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유권자의 참여가 제한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적다”며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조희연 교육감까지 문제가 되면서 진보교육감에 대한 신뢰문제는 따라다니겠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전통적인 교육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늘면서 변화에 대한 흐름 자체가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지방선거에서 아무래도 서울시장과 같은 광역자치단체장에게 관심이 더 쏠릴 수밖에 없지만 교육감 선거로 자녀를 가진 40대의 지방선거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TV토론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로 선거를 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선거가 많아지는데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교육감 검증을 철저히 할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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