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시청자가 <무한도전> 방영 전에 더 많은 광고를 봐야 한다. 스포츠 중계 때만 볼 수 있었던 CG로 제작된 광고도 <무한도전> 방영 중 불쑥 나타날 수 있다. 방송광고 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가상광고 허용장르 및 허용시간 확대 △간접광고 허용시간 확대 및 기준 설정 등이다. 논란이 됐던 광고총량제는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입법예고안 그대로 통과됐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8월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청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만한 변화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이다. 광고총량제는 자막광고, 토막광고, 시보광고, 프로그램 광고 등 종류별로 제한된 칸막이식 편성구분을 없애고 광고의 총량만 규제하는 내용이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광고를 프로그램 시간의 18%까지 편성할 수 있게 된다. 단, 지상파방송의 과도한 광고편성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 전후에 배치되는 프로그램광고는 최대 15%까지만 편성할 수 있다. 즉, <무한도전>의 경우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를 13분 30초까지 편성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기존에는 9분까지 편성이 가능했다.

   
▲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지상파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주말 저녁과 같은 프라임시간대에 프로그램 광고가 이전보다 많이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에도 지상파방송에서 광고가 완판되는 프로그램이 2~3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상광고가 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보도 프로그램까지 허용 된다는 점도 큰 변화다. 기존에는 스포츠 중계 장르에만 한정적으로 허용됐다. 가상광고란 CG 등의 기법을 통해 프로그램 방영 도중 화면에 뜨는 광고를 말한다. 본래 입법예고안에는 교양 프로그램까지 가상광고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정보’와 ‘광고’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교양 프로그램 도입은 무산됐다. 가상광고 확대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에 해당된다. 

간접광고의 경우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특수기능의 시연도 허용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 간접광고의 경우 ‘통화’기능과 같은 보편적 기능의 시연만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해당 제품만의 특수한 기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인 기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에 위임했다. 본래 방통위가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했으나 장낙인 방송통신심의위원 등이 ‘내용규제’는 심의위 소관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 양 기관이 조율을 거친 바 있다.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경우 유료방송에 한해 프로그램 시간의 7%(기존 5%)까지 허용된다.

광고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시청권 훼손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가상광고 및 간접광고 규제완화가 시청자의 시청권을 훼손한다며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 한 스포츠중계 프로그램에 편성된 알바몬 가상광고. 앞으로는 이러한 광고가 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중계프로그램에서도 편성된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른 유료방송업계의 반발을 의식한듯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광고총량제 도입을 통해 늘어나게 된 지상파방송의 수익은 콘텐츠 제작투자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상임위원 역시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질을 올려 시청자 복지를 향상시키자는 취지”라며 “콘텐츠 투자가 아닌 임금인상 등 다른 분야에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료방송진영은 이번 개정안이 지상파 특혜라며 반발해왔다. 지상파 비대칭적인 규제가 완화되면 유료방송의 ‘파이’를 뺏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상파 광고규제완화 기조가 유지될 경우 ‘광고총량제’보다 헐씬 효과가 큰 ‘중간광고’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이 “지상파방송 광고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이라며 “비대칭 규제를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 과천정부청사에서 24일 방송통신위웜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의결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은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으로 해당 방송사의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지상파는 개정안 의결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회에 ‘중간광고’도입을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모양새다. 한국방송협회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상파방송 광고에 대한 수십 년간의 불합리한 규제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의결에 환영을 표한다”면서도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신유형 광고 개발 등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추진해주길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 지난 20일 동아일보 기사.
 

한편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실제 사안의 국민적 관심도나 중요성보다 훨씬 더 확대해 언론이 보도했다”면서 “이해관계에 따른 과잉보도”라고 지적했다. 그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신문들은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가리켜 ‘지상파 몰아주기’라며 꾸준히 비판했다. 지상파방송 역시 ‘광고총량제’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리포트를 해왔다.

방통위는 앞으로 병원광고 허용 등 추가적인 방송광고 규제완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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