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수신료 인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시민사회단체도 공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된 수신료 인상안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임시국회에서 KBS 수신료인상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KBS수신료를 기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1500원 인상하는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KBS수신료 인상을 시도했으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막혀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KBS는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면 2012년 기준 37%인 수신료 재원 비중을 53%까지 끌어올리고 40%에 달하는 광고 재원을 22%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지상파방송은 공익성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수신료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재원 안정화를 넘어서, 지상파방송의 공익성 및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며, 방송산업 전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BS가 지난해와 달리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KBS가 국내최초로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으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는 것이다.

   
▲ 지난해 5월 새누리당이 KBS수신료 인상안을 기습상정하자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에서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은 3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첫째, 수신료 인상이 공영성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선언적 의미의 가이드라인 외에 시청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공영성 확보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BS는 광고주들의 압력보다 정권의 압력이 훨씬 더 큰 문제인데 단지 광고를 줄여 공영성을 확보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신료 인상에 앞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수신료 인상이 방송광고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KBS가 광고를 줄이게 되면 그간 결합판매를 통해 광고를 집행해온 중소PP들을 고사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수신료가 인상될 경우 KOBACO(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판매물량이 줄어 그간 결합판매를 했던 EBS를 비롯한 다른 중소PP의 광고수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효과의 정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수신료 인상으로 줄어드는 KBS의 광고가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는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2100억 원의 초천문학적 광고를 종편에 내어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그간 시청률에 비해 수 많은 특혜를 받아온 종편에, 또 다른 특혜를 안겨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셋째, 적절한 수신료 인상분에 관해 KBS가 납득할만한 자료를 내놓지 못하는 사실도 비판받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여당과 KBS쪽은 무조건 수신료를 올려야 된다는 논리인데 적정한 수신료 증가분에 대한 분석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팀장은 “하다못해 담뱃값도 인상분에 대한 근거를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맥락에서 수신료 인상액이 어느 콘텐츠에 어느정도 투입이 되는지 등에 대해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회계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으로는 수신료 인상분이 KBS임직원 임금에 반영되더라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KBS수신료 인상 논의에 관한 일정을 22일 법안소위에서 조율할 예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비쟁점 현안들을 우선 처리하고 나서 수신료 등 쟁점사안에 대한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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