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를 통해 참사 1년이 지나고, 기레기가 사라졌는지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유가족들이 느끼는 변화는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가 언론인들을 마주했다. 그는 경남도민일보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마치고 KTX를 타고 곧장 서울로 왔다고 했다.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정혜숙씨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정혜숙씨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부터 사실과 다른 보도가 쏟아졌다.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언론의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혜숙씨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그리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이들을 언론은 외면하고 있다. 굶고 거리에서 노숙하고 온갖 시도를 다 했음에도 그렇다. 여러분 스스로 반성을 한다지만 그 노력은 너무나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들에게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씨.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발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재난보도에 대한 성찰만으로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때 언론의 보도행태는 재난보도 시스템의 부재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우리 언론의 묵은 관행들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문제가 되는 관행들을 개선하지 않는 한 같은 보도참사가 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영 교수는 참사 당일 보도된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해 ‘받아쓰기 저널리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자실에 앉아 출입처에서 주는 보도자료를 의심 없이 베껴쓰는 관행이 세월호 참사 때도 똑같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수영 교수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행태는 지금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해야 또 다른 보도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입처 문화에서 파생된 ‘패거리 저널리즘’ 또한 문제라고 정수영 교수는 밝혔다. 그는 “기자단의 폐쇄성과 배타성 또한 문제가 됐다”면서 “비보도 전제 발언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기자단이 스스로 언론사를 징계했다. 패거리 저널리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2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 직후 비보도를 전제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라면에 계란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고, 이를 기사화한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기자단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무보도’의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수영 교수는 “뉴스가치 판단은 언론의 자유지만 취사선택 과정에서 뉴스가치를 잘못 판단하면 안 된다”면서 “참사가 보도돼야 할 시기에 선정적인 이슈들이 선택되고 강조되는걸 너무나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SNS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보여주며 세월호 참사 보다 ‘이병헌’이나 ‘태진아’ 등 연예기사가 더욱 주목받는 현실에는 언론이 제대로 여론조성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배보상금 보도 역시 문제가 큰 왜곡보도라는 게 정수영 교수의 견해다. 그는 “언론이 오랜기간 세월호 이슈에 대해 무보도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배보상금’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장기간 맥락정보가 없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면서 “그 책임은 이런 흐름을 만든 언론에게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없어졌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문제적 언론보도를 꼽아 설명했다. △대대적인 수색작전 거짓보도 △MBC의 유가족 모욕, 정부 감싸기 보도 △MBC의 단원고 특례입학 부각 보도 △부풀린 배보상 수령액 보도 △TV조선, 채널A 등의 김영오씨 왜곡 보도 △세월호 특조위 왜곡보도 등이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의 보도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MBC의 단원고 특례입학 보도는 유가족에게 엄청난 흉기를 들이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인 MBC의 보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요즘 누가 MBC뉴스를 보냐’고 묻곤 하는데 여전히 시청률이 높은 편이고, 영향력이 크다. MBC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KBS의 경우 길환영 사장이 퇴진한 이후 보도가 나아졌지 않느냐는 시선이 있는데,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특히 세월호 보도는 악질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는 MBC와 달리 기자들이 스스로 반성을 했던 언론사인 만큼 세월호 참사 특조위 구성 등 현안에 대해 진상규명이 가능한 방향으로 견인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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