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이 집회 이후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해산명령 이후 시민들에게 캡사이신을 분사했고, 이날 유족 3명 등 20여명의 시민들이 연행됐다. 야당은 12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경찰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기자의 눈’ <무조건 경찰이 잘못했다는 야당>을 통해 경찰을 비판한 야당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참고해 “집회하려는 측은 미리 경찰서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해산 명령을 받으면 즉시 해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집시법 문구를 문자 그대로 인용했다.

   
▲ 14일자 동아일보 8면 <무조건 경찰이 잘못했다는 야당>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는 “집시법은 집회 참가자들을 쉽게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아니”라며 “난폭하게 행동만 하지 않으면 경찰 제재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집시법을 해석한 대법원 판례에 따른 발언이다. 

대법원은 “(집회)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신고 옥외집회로 처벌할 수 없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시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해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2.4.26. 선고 2011도6294)

해산에 따르지 않아도 바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전금지 또는 제한을 위반해 집회를 한 점을 들어 처벌하는 것 이외에 더 나아가 해산을 명하고 이에 불응했다 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1.10.13. 선고 2009도13846) 해당 판례에서 재판부는 헌법 제21조 1, 2항과 제37조 2항을 참고했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필요한 경우 제한될 수 있지만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미신고 집회나 해산명령이 있었다는 이유로 마치 불법인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동아일보는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를 잘 아는 시위대는 경찰 방패도 빼앗고 질서유지선 일부를 훼손했다”며 “불법 시위대”, “무단 점거”라는 표현을 사용해 시위대를 비판했다.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경찰은 세월호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무작위로 연행한 바 있다. 그 수는 지난해 5월 17일 119명, 5월 18일 97명, 6월 10일 69명으로 한 달간 총 32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6월 10일 연행돼 구속된 정진우씨는 지난 7월에 보석으로 석방됐고, 김창건씨는 지난 9일 2년형이 확정돼 현재까지 옥살이를 하고 있다. 

   
▲ 4.16세월호가족대책위와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마치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최루액을 쏘고 있다. ⓒ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최근에는 집시법으로 집회 참가자들을 처벌하지 못하자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해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11일 충돌사건의 경우 경찰이 미리 광화문 광장 주변 도로에 차벽을 설치해 막았고, 이같은 경우 집회 7000여명(경찰추산 2500여명)이나 되는 참가자 중 행진 경로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정부를 향해 할말이 있는 단순참가자들은 쉽게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연행될 수 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일반교통방해 혐의의 경우 무죄를 받기 힘들다. 

동아일보는 집회 참여자들을 가리키며 “충분히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데도 굳이 도로로 뛰어들어든 불법시위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정부와 국회를 향해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물으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만들자고 외쳤던 유족과 시민들이 아직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야 하는지를 보면 충분히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아 불법도 감내하겠다고 나온 사람들이다.       

법치주의란 공권력이 법을 시민을 겁박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권력의 자의적인 통치를 막고 시민들의 합의한 헌법을 통해 공권력을 견제하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 원리다. 동아일보 기사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앞에 법적인 잣대를 들이밀면서 사실은 이들의 주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아일보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면서도 ‘유족에겐 뿌리지 말라’는 지시를 잊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애초에 현장에서 유족과 시민을 구분하기 어렵고 실제로 취재하던 기자들 중 최루액을 맞은 경우도 있었다. 

집회 참가한 시민들은 최루액을 맞아도 되나. “세월호 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다. 세월호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분리해서 다루면 안 된다.”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해온 정혜신 박사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를 유족만의 문제로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 위험의 방지·제거에 적합한 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되, 그 조치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01.10.9. 선고 98다20929) 위험도에 따른 농약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권고 분류에 따르면 캡사이신은 ‘극히 위험한 물질’(highly hazardous substan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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