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가 ‘빅뱅’을 앞두고 또 다시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이견을 드러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월 24일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 아래 방송법과 IPTV법을 하나로 묶는 통합방송법(방송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황이다. 법안에 따라 신설되는 ‘유료방송산업 발전위원회’에 대해 각계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사회단체는 통합방송법 논의가 업계 이해관계에 치중한 탓에 언론의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14일 주최한 ‘통합방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유료방송산업 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 신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유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업자 간 상생협력과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립한다는 게 미래부의 입장이다. 미래부 제2차관이 위원장을 맡으며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중앙부처 공무원, 교수, 방통위 추천인사, SO·위성방송·IPTV·PP등 사업자 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된다. 운영에 관한 사항은 시행령으로 정해지며 위원회 심의사항은 유료방송의 모든 사항을 망라한다.

시민사회단체는 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시청자 대표가 없다는 사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방송서비스 제공 전반의 당사자인 시청자 대표가 제외됐다는 점에서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쟁점사안에 대해 미래부가 관할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시민사회 법안에 ‘유료방송사업자 시청자 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청자 대표로 구성된 시청자 위원회에 채널편성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 국회에서 14일 정호준 의원실 주최로 통합방송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미래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원회를 만든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위원회가 과도하게 많은 것은 문제”라며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에서 해야 하는 일인데 책임지는 결정을 하기 어려우니, 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말했다.

당사자인 IPTV업계는 위원회 설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고흥석 IPTV방송협회 정책협력부장은 “위원회의 설립취지와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기존의 유사한 목적을 가진 규제와 중복되는 점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혜택’보다 ‘규제’수단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고 부장은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한 ‘시청자 위원회’에 대해서는 “IPTV는 이미 사전, 사후규제를 받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오용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산업정책과장은 시청자 위원을 위원회에 추가하거나 별도의 시청자 위원회를 설립하는 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책임회피 수단으로 위원회를 설립한다는 비판에 관해 “뉴미디어정책과에서 일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위상을 갖춘 위원회를 만들고 논의과정을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성 문제나 관피아 논란이 있는데, 독립성을 침해하거나 자리보전의 수단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업계 전반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게 되면 종합편성채널이 갖는 온갖 혜택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은 지상파방송인가, 유료방송인가? 종편에 대해서도 둘 중 하나에 맞는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용수 과장이 “방통위 관할이라 조심스럽지만 유료방송으로 봐야한다”고 말하자 최진봉 교수는 “그렇다면 채널 배분, 의무재송신을 포함해 모든 특혜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는 통합방송법 논의가 방송의 공적 영역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위원장은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송의 민주적 가치실현”이라며 “공공성을 복원하면서 외부환경요소에 대응하는 규제를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법안이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고려한 탓에 이 부분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대안으로 제시한 법안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MMS 확대 △주파수 배분에 대한 원칙 확립 △방송 재승인 및 재허가 심사기준 강화 △종편 의무채널 취소 △종편 중간광고 폐지 및 보도편성비율 제한 등을 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미래부의 통합방송법 법안이 초안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항목은 △VOD등 신규영역을 법에 반영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결합상품을 통한 지배력 전이 금지 조항 신설 등이다. 추혜선 위원장은 “결합상품을 통한 지배력 전이 금지조항을 통해 방송의 끼워팔기 행태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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