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실세에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단독인터뷰를 한 경향신문에 여권과 검찰에서 ‘압수수색’ ‘녹음파일 공개’ 등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단계적으로 계속 보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보도 이후 현 정부와 여권이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는커녕 되레 평소 연락이 오던 인사들마저 연락을 끊고 있는 상태라고 경향 편집국장은 전했다.

경향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권의 잘못된 금품수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기자들이 전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13일에 이어 14일 MBC 라디오에서도 거듭 경향신문 압수수색을 거론한 것에 대해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별로 거론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이 아직 검찰에 음성파일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증거인데 일부가 삭제되거나 하면 곤란하다. 검찰이 빨리 달라고 촉구를 해서 받지 못하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언론사 전체가 아니라 해당 녹음파일만 압수수색하자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노컷뉴스
 

이를 두고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MBC에 나가서 ‘경향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녹음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얘기한 것이며, 중요한 증거이기 때문에 빨리 확보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는 식으로 언급했다”며 “검찰 출신인 권 의원이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가 그렇게 정정한 것을 보면, 본인 입장에서는 그렇게는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경향이 아니라  녹음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의미로 바로잡았으니 언론자유를 해치고 경향신문에 압박을 가하는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며 “별도로 거론할 게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 13일 경향신문의 인터뷰 녹음파일에 대해 정식으로 제출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래용 국장은 “어제(13일)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우리가 충분히 설명을 했다”며 “우리가 사고(社告)에서 밝혔다시피 ‘유족의 동의를 얻어서 동의하면 곧바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인데, 어제가 발인이었기 때문에 오늘(14일) 접촉을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 국장은 “어떤 방식으로 접촉을 할 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
 

이번 보도 이후 현 정부와 검찰, 해당 인사들로부터 항의나 압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박래용 편집국장은 “(압력은커녕) 오히려 연락을 해오던 여권 인사들도 이번 일(보도) 이후 일절 연락을 끊고 있다”며 “전화가 오지도 않고 전혀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용 전체를 왜 한 번에 공개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보도하느냐는 일각의 불만에 대해 박래용 국장은 “(주로) 언론 쪽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하던데, 언론을 만드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이 문제를 한 번에 보도한다면 1면부터 30면까지 다 터서 보도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냐. 신문이 갖는 용량이라는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래용 국장은 ‘그만큼 인터뷰 내용에 추가로 보도해야 할 만한 중요한 내용이 많기 때문인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향후 계속 보도할 것이라고 박 국장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의 중견기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권성동 의원의 ‘압수수색’ 주장에 대해 “엊그제 대검 회의를 통해 우리한테 자료 제출 요구를 해왔으나 제출 시한을 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인터뷰 자료의 공적 성격에 대해 대부분 서로 같은 뜻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달 시점은 여러 사정을 감안해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인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권 의원 자신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어떻게 보면, 정치학을 사적 욕망을 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성완종의 사적 억울함이 있지만, 결국 그것이 공적인 의미로 나타난 것”이라며 “우리는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기 보다 차근차근 고인의 뜻도 살리면서 우리 정치권이 잘못된 부분 이있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뒤흔드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단순한 개인적 억울함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이 바로 잡혀졌으면 한다”면서 “같은 기사의 팩트를 놓고 언론과 정부가 해석하는 것이 차이가 있듯이 이번 사안도 정부의 입장과 우리가 보는 것이 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부에서는 정치권과 정부 권력과의 긴장 보다는 차분하게 지켜보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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