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백악관 출입기자로 명성을 떨쳤던 헬렌 토마스의 말이다. 기자는 성역 없이 질문할 특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의 말은 기자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점을 전제한다. 

질문권은 기자의 권력이다. 다른 권력이 그렇듯 오용될 우려 또한 있다.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것으로 전락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난 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오찬 간담회가 있었다. 사전에 준비된 질문 외에 추가질의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지상파방송사 기자와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신문사 기자 두 명이 손을 먼저 들었다. 지상파방송사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는데, 한번 깎아보겠다.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법안은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지만 방통위 입장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어 종합편성채널 겸영 신문사 소속 기자가 질문을 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다른 미디어업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없이 도입 된다는 지적이 있다. 수정할 의사가 있는가?”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지상파의 광고규제완화 정책이다. 지상파에 광고가 늘면 종편의 광고시장이 악화된다. 이 때문에 종편과 종편을 겸영하는 신문은 효과를 부풀려가며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월 열린 지상파3사와 JTBC를 제외한 종편3사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 보도 갈무리. 같은 행사지만 자사 이해관계에 따라 논조는 판이하게 달랐다.
 

지난 1월 방통위 신년업무보고 자리에서도 광고총량제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역시 지상파방송사 기자들과 종편을 겸영한 신문사 기자들이 주로 질문을 했다. 형식은 질문이었지만 실상은 ‘호소’에 가까웠다. 때론 협박같기도 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방송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지상파방송 기자가 물었다. 최성준 위원장이 맞다고 답했다. 유도질문 같았다. 이어서 종편 겸영 신문사 기자가 질문했다. “한국신문협회에서도 지상파 광고총량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있는가.”

다른 종편 겸영 신문사 기자도 거들었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위원장의 소신을 묻고 싶다”면서 “이 자리엔 지상파방송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종편, 인터넷언론 기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는 지상파 방통위가 아니다. 한류투자를 위해 지상파 광고를 늘려주겠다는 게 위원장의 소신인가”라고 따지듯이 물었다.

자사이기주의 보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보도 이면에는 이처럼 자사를 위해 도를 넘는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있다. 기자가 국민에게 위임받은 것은 공익을 위한 질문권이다. 회사 이익을 위한 로비스트의 역할이 아니다. 이 경우 질문은 무례해진다. 권력자에게 무례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언론이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에 권한을 준 독자와 시청자에게 무례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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