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 논의가 예정된 가운데 언론단체들이 KBS 수신료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9개 언론단체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KBS 수신료를 기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1500원 인상하는 법안이 지난해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과 방송통신위원회는 4월 중 법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세월호 참사 당시 KBS가 “구조보다 인증샷이 우선이었고 진실이나 사실보다 돈벌이를 위한 속보경쟁이 우선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신들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지난해 5월 새누리당이 KBS수신료 인상안을 기습상정하자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로 대한민국 언론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고 특히 방송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하였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KBS의 보도경향에 관해 이들 단체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축소・부실・왜곡보도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반면 돈을 앞세워 유가족의 진심을 호도하며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방해하는 정권홍보방송이 되었다”면서 “반쪽 세월호 특별법마저 무력화 시키려는 정부 시행령에 대해서도, 특별조사위원회 파행과 유가족의 참사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KBS의 세월호참사 보도 중 ‘배・보상금’보도에 대해 이들 언론단체는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모금과 보험금까지 포함시켜 부풀린 배・보상금 액수를 내세운 정부의 언론플레이를 비판하는 것은 KBS에 바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천안함 배상금까지 끌어다 비교하면서 종편에 뒤질세라 정권에 충성 경쟁하는 것이 KBS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새누리당의 돈타령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관제방송이 바로 KBS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보도 외에도 KBS의 ‘자사이기주의’ 보도경향 역시 문제라고 이들 단체는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을 자사의 사유물인 양 뉴스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강변하고, 스스로 돈을 대어 개최한 수신료 인상 세미나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일절 보도하지 않는 방송”이라는 것이다. KBS는 수신료 인상, 광고총량제 도입, UHD방송 도입 등 자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에서 자사 중심의 보도를 해왔다.

   
▲ 지난 8일 KBS뉴스9은 "지상파의 위기는 곧 한류의 위기"라며 KBS수신료 인상, UHD방송 도입, 지상파 광고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이 주축인 한국방송협회가 후원한 토론회 내용을 근거로 사용하기도 했다.
 

KBS의 방만경영에 관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무책임한 방만 경영으로 2009년 693억 원 흑자가 불과 3년 만에 62억 원 적자가 된 방송, 바로 현재 KBS의 모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35년 동결됐다는 사실만을 내세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당신들의 몰염치함과 뻔뻔함과 무능함의 자백일 뿐 아무런 의미도 설득력도 없다”면서 “수신료를 올려주면 공영성과 독립성을 보여주겠다는 허언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KBS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에 KBS수신료 인상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심을 거스른 채 힘의 논리만을 갖고 날치기에 날치기를 거듭한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것이다.

이번 성명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자유언론실천재단 △새언론포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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