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녹취록을 추가공개하면서 ‘성완종 리스트’가 ‘불법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KBS는 ‘성완종 리스트’의 신빙성을 높여줄만한 정황을 단독보도했다. 이날 KBS, SBS, JTBC는 메인뉴스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각지에서 열린 추모행사를 보도했지만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성완종 메모에 나온 시기에 32억 원 인출”

KBS는 지난 11일 ‘뉴스9’에서 첫 소식으로 경남기업의 자금 32억 원이 여권실세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을 단독 보도했다.

KBS는 “경남기업 회계 책임자인 한모 부사장은 ‘(32억 원을) 성 전 회장의 승인을 받아 인출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100만 원 단위의 돈이 별도의 증빙 없이 현금화돼 수시로 빠져나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출된 자금은 2007년 10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7년 동안, 모두 32억 원 가량이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시기와 대부분 겹친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검찰수사 당시 성 전 회장은 인출내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리스트가 적힌 쪽지가 나오면서 검찰이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이다.

   
▲ 지난 11일 KBS 뉴스9 갈무리.
 

이날 지상파3사와 JTBC는 메인뉴스에서 3~5개 리포트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소식으로 채웠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1억 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홍문종 당시 새누리당 조직총괄부장에게 2억 원 건넸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해당 자금이 불법대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은 녹취록에서 “이 사람(홍문종 의원)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녹취록이 추가 공개됨에 따라 방송들은 조만간 ‘성완종 리스트’에 관한 검찰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12일 오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됐기 때문에 주변인물 수사를 통해 자금의 행방을 추적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KBS는 “인출된 32억 원의 자금이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개연성에 주목하면서 성 전 회장 주변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JTBC는 “특히 돈을 빼내올 수 있는 재무팀 관계자, 그리고 전달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운전기사나 수행비서 같은 직원들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MBC는 경향신문이 녹취록 내용을 일부분만 공개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과 통화했던 신문사가 녹취한 내용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 조금씩 내놓는 데 대해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언론의 정도는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MBC, ‘세월호 1주기’행사도 외면할까?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가 1주기를 맞는다. 1주기를 앞둔 주말,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KBS, SBS, JTBC가 세월호 추모행사를 보도했다. MBC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KBS와 JTBC는 팽목항을 찾았다. 두 방송은 팽목항을 방문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상황,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의 추모식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JTBC는 “오늘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문화제가 열리는 등 전국 각지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지난 11일 SBS, KBS, JTBC 메인뉴스 갈무리.
 

SBS는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차려진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는 안산 분향소에 다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면서 “이들은 함께 묵념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에 목소리도 높였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 리포트에서 지난 10일 열렸던 안산지역 고등학생들의 추모집회 소식도 함께 다뤘다.

SBS는 연중앰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의 일환으로 세월호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원인을 짚기도 했다. SBS는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와 참사를 정치적 호재로 삼는 야당의 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SBS는 리포트 말미에서 “유족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왜 그렇게 울림이 컸는지 되새겨볼 때”라고 했지만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다 정부여당과 야당을 동시에 비판하는 중립적인 내용의 리포트였다.

그간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소식을 다른 지상파방송에 비해 소극적으로 보도했던 MBC는 이날도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오는 16일 전국적인 추모행사가 예정돼 있지만 MBC는 또 다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