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베기자 채용, KBS수신료 인상, 레진코믹스 차단, 단말기유통법 등.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의 관할 부처에서는 유독 화제의 사건들이 많았다. 지난 9일과 10일 연이어 열린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방송통신위원회, 미래부 등 해당 기관장과 관계자들은 책임회피성 해명들만 널어 놓는 데 급급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진 미방위 현장의 모습들을 모아보았다.   

최양희 장관, ‘답정너’ 피하려다 그만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말하기만 하면 돼’를 줄인 말이다. 상임위 업무보고 때 의원들은 대답을 예상하고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궁지에 몰린 기관장들은 의원들은 유도하는 답 대신 다른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러다 오히려 꼬이는 경우도 있다.

하도급 문제로 유료방송 설치기사들이 고공농성 중인 상황.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관할기관인 미래부가 대책을 안 내놓고 있다. 방관해선 안 된다”고 하자 최양희 장관 “방관한 건 아니다”라고 응수. 당황한 유승희 의원, 그럼 뭐 했냐고 되묻자 최양희 장관 이렇게 대답. “노사관계에 대해 어떤 진전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건 맞지만 지켜보는 것과 방관은 다르다?

또 다른 미방위 쟁점 중 하나인 주파수 분쟁. 지상파방송과 통신사가 서로 황금주파수대역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 방통위와 미래부는 솔로몬처럼 방송과 통신, 양쪽에 나눠 주겠다는 입장. 최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이 “결국 방송과 통신에 주파수가 쪼개지는건가?”라고 묻자 최양희 장관의 대답이 압권. “쪼갠다기 보다는 균형 있게 분배 하는 것이다.” 쪼개는 것과 균형있는 분배 역시 다르다!

최양희 장관의 두루뭉술한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던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 “전산학 전공해서 박사 까지 하신 분이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뚜렷하게 말해야지.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 해서 되겠냐”고 한 마디.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연쇄 예고살인(?)

대답하기 난처할 때는 ‘파악 중’, ‘조사 중’이라고 답하며 위기를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 그러나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는 16일 대정부질문을 앞둔 상황. 불성실한 대답에는 예고살인(?)으로 화답.

MBN의 불법광고영업 논란, 최민희 의원이 “어떤 조치를 취했나”라고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질문. 최성준 위원장 “내용 파악 중”이라고 대답.  그러자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 “파악 중인 내용이라도 알려달라. 다음주 대정부질의할 때 주신 자료로 질의하겠다.”

이어 최민희 의원 “방통위원장님.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낙하산 후보, 밀어붙일거냐”고 질문, 최성준 방통위원장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또 회피. 그러자 최민희 의원 한번 더 예고. “대정부질문 때 까지 제대로 된 답변 준비해오길 바랄게요.” 이 건 대정부질문 흥행전략?

 

우상호, 비유의 달인(?)

“서울에서 100만원 월세 내다가 지방가서 50만원 월세내면 주거비 인하정책이 효과를 거둔건가?”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의 말. 저가 요금제 가입자 증가가 단말기유통법의 ‘효과’라고 밝힌 방통위와 미래부에 일침. “그게 통신비 인하라고 말하는 공무원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우상호 의원, 비유 한번 더. “규제기관이 왜 시장상황을 고려하나? 검찰에서 벌 내릴 때 시장상황 고려해서 내리나? 위원장님은 판사 시절에 그런식으로 벌 내렸나?” 갤럭시S6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SK텔레콤 신규가입 금지 일주일 제재를 의결해놓고 시장에 악영향 미칠까 시행일자를 정하지 못하는 방통위에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판사 출신.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뼈 있는 말말말.

역시 MBN영업일지 건. 불법행위이지 않냐는 최민희 의원의 물음에 방통위는 “실태점검 중”이라고만 되풀이.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최민희 의원, “방송정책국장님 어디있나. 정보통신부 출신이냐 방송위 출신이냐”고 물어. 방송정책과장은 하필 정통부 출신. 최민희 의원, DNA까지 거론. “방송에 대해 잘 모르는 정통부 관료들을 방송에 대해 책임지는 자리에 인사를 하니까,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DNA가 못 느끼는 거다.” 정통부 출신이 방송정책을 관할하는 현실에 대한 뼈 아픈 지적.

다른 의원들이 ‘일베 기자’에 대해 방통위에 KBS를 압박하라고만 말 할 때 최민희 의원은 ‘시스템’문제 지적하기도. “채용과정에서 못 걸러낸게 최고 문제다. 공영방송에서 면접을 왜 하나. 이런 걸 걸러내라고 하는 거 아닌가. KBS의 채용과정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고 생각한다. 방통위원장은 KBS 직원, 특히 기자채용과정이 적절한지를 점검하고 이 자리에 나왔어야 했다.” 점검여부를 대정부질문 때 물어볼지도?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17대 국회 속기록 언급하며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여야 입장이 ‘공수교대’가 된 모순 지적. “이전 국회 속기록 보니 야당인 한나라당이나 지금 새정치연합이나 똑같다. 그때 속기록 보면 여야입장이 정반대다. 새정치연합은 수신료 올리자고 하고, 한나라당은 반대한다. 국회의 정치적인 입장이 바뀜에 따라서 해법도 돌변하는 태도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민주정부에서 방송을 이렇게 장악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지배구조 개선이 당시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면하기 힘든 지적.

정부로부터 ‘창조경제’의 모범이라고 상 받았다가 차단대상으로 전락한 레진코믹스. 유승희 의원, 이 사태에 대한 일침을 가하기도. “언제는 창조경제 모범부처였다가 지금은 음란사이트로 전락했다. 코미디아닌가. 여성혐오와 음란성 게시물이 비일비재하게 오르내리는 일베는 내버려두면서 이곳은 왜 건드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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