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이 활성화되는 추세지만 알뜰폰 사업자가 아닌 통신사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단말기유통법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했다. 미래부는 상반기 중으로 단말기유통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은 10일 전체회의에서 통신분야 현황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알뜰폰사업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알뜰폰사업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통신사에게 큰 이익이 되는 망도매가를 조정해 알뜰폰 시장의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뜰폰 가입자가 485만 명 가량으로 성과가 있지만 도매망 가격을 조정하지 않아 사업자들의 누적 적자가 2400억 원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매망가란 통신사가 자신들의 통신망을 알뜰폰 업체에게 대여해주는 대가로 받는 비용을 말한다. 5만5000원 이상 고가요금제 기준 2014년 알뜰폰사업자와 통신사는 수익배분을 45대 55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는 50:50으로 배분했다.

   
▲ 알뜰폰 도매망가 수준. 최민희 의원실 자료.
 

여야 의원들은 단말기유통법이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단말기유통법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밝힌 저가요금제 이용자 증가와 단말기 인하현상에 대해 반박했다.

미방위 야당 간사인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해 4분기 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점과 같은 시기 ARPU가 올랐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말기유통법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혔다. ARPU는 가입자당 매출액을 뜻한다. 가입자당 매출액이 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용자가 손해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우상호 의원의 견해다. 그는 또 “서울에서 100만원 월세를 내다가 지방에 가서 50만원 월세내면 주거비가 인하된 것인가? 그게 통신비 인하라고 말하는 공무원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단말기유통법의 대안을 쏟아내기도 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분리공시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단말기유통법은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으나 실질적으로는 부담이 더 늘었다. 우리나라 단말기 가격은 세계적이다. 분리공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보조금을 구성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의 보조금을 구분해 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판매점. ⓒ연합뉴스
 

방통위는 ‘분리공시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아직 단말기유통법이 도입된지 6개월 밖에 안 됐다”면서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분리요금제 할인율 상한,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 조정은 땜질식 요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8일 방통위와 미래부는 합동브리핑을 열고 분리공시제 요금할인율을 기존 12~20%로 상향하고 단말기보조금 상한액을 기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병헌 의원은 ‘요금인가제 폐지’, ‘알뜰폰 활성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통해 요금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알뜰폰 촉진 및 활성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가격경쟁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병헌 의원은 지난달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휴대폰도 TV처럼 서비스와 제품을 별도로 구매하는 개념을 뜻한다. 이 경우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단말기유통법 유지에 가닥을 둔 방통위와 미래부의 입장에 반한다.

질의 막바지 때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충격요법을 검토하고 장기적인 단말기유통법 대책을 상반기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방통위가 SK텔레콤의 제재시기를 무기한 연기한 것을 두고 지나친 통신사 봐주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방통위는 보조금을 초과지급해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한 SK텔레콤에 가입자 유치금지 일주일 제재를 의결했지만 시행시기는 추후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우상호 의원은 “규제기관이 왜 시장상황을 고려하느냐”면서 “검찰에서 벌을 내릴 때 시장상황을 고려해서 내리는가. (최성준) 위원장은 판사 시절 그렇게 벌을 내렸나?”라고 말했다. 최성준 위원장이 “통신사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 유통점과 소비자들의 상황을 두루 고려했다”고 말하자 우상호 의원은 “뭘 자꾸 고려를 하느냐. 일일이 고려하면 규제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거 아닌가. 통신사가 방통위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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