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1위다? JTBC의 지난달 30일 보도는 오보는 아니지만 ‘오버’다.

지난달 30일 방통위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대상으로 시청자 만족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JTBC가 시청자 여러분께서 꼽은 가장 공정하고 유익한 방송사에 선정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을 통틀어 조사한 결과인데요. JTBC는 신뢰성과 공정성, 공익성, 등 7개 조사 분야에서 모두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30일 JTBC 보도 갈무리.
 

JTBC가 흥미성과 다양성, 창의성, 공정성 등 4개 분야는 단독 1위를, 신뢰성과 유익성, 공익성 등 나머지 3개 분야는 KBS 1TV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보도다. JTBC는 또 “시청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10점 만점에 7.14점으로 KBS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 가지 평가에서 JTBC가 최상위권을 석권한 것처럼 보인다. 다음날 중앙일보를 비롯해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에서도 JTBC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수치로만 본다면 JTBC의 보도는 문제가 없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평가를 통합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의 순위가 별도로 집계 돼 있다. JTBC는 별도의 자료를 굳이 합쳐서 동일선상에 놓고 통계를 냈다.

KISDI측은 조사대상 방송사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순위를 정하는 일은 조사의 취지에 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담당자인 신지형 연구원은 “이 조사는 각각의 프로그램을 본 사람만이 평가하게 돼 있다. 일렬로 줄을 세우려면 각각의 평가자가 8개 채널의 모든 프로그램을 다 보고 기준에 맞춰 순위를 내려 평가를 해야한다. 포괄적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것은 조사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떨어지는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방송에 비해 모집단 규모가 적기도 하다. 조사의 특성상 모집단이 일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간 격차는 크다. 그래서 굳이 나눠서 발표한다는 게 KISDI의 입장이다.

JTBC는 이러한 사실을 짚지 않았다. 대신 “방송통신위원회는 7개 방송사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도 결과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로 나눠서 발표해, 순위가 하락한 특정 방송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KISDI측 입장은 JTBC보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확인결과 2012년과 그 다음해인 2013년 보고서에서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은 별도로 집계됐다.

   
KISDI 보고서 원문.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은 모집단의 격차가 크다.
 
   
지상파방송(왼쪽) 및 종합편성채널(오른족) 채널평가지수 조사결과. KISDI 제공.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취임한 이래 보도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예능 면에서도 <마녀사냥>,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등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JTBC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요인이 충분하다. 그래서 아쉽다. 조사의 취지를 거스르며 임의적으로 줄세우기를 하지 않더라도 JTBC는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석희의 <뉴스룸>이기에 자사가 높은 성적을 거둔 평가라고 해서 이를 메인뉴스에서 리포트한 사실부터 아쉽다. 해당 리포트에서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웬만하면 자기 자랑은 뉴스에서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만, 오늘은 좀 예외로 하겠습니다.” 예외가 되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을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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