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천안함을 공격한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이른바 ‘1번 어뢰추진체’에 대해 군이 일반인 뿐  아니라 언론에게도 촬영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증거물인 천안함 선체 잔해의 경우 영구전시하기로 결정한데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일반인들의 견학과 자유로운 촬영도 허용하면서 유독 어뢰추진체에만 접근에 제한을 두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 1번어뢰를 공개 전시했던 전쟁기념관에는 4년 넘게 모조품만 전시하고 있다.

또한 어뢰추진체가 북한제인지 여부를 밝혀줄 이른바 어뢰설계도는 국방부가 아닌 국정원이 회수해간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의문을 낳고 있다.

최근 천안함 침몰사건 5주기를 맞아 일부 취재진이 어뢰추진체 촬영을 요청했으나 국방부의 거부로 촬영을 하지 못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달 17일 국방부 조사본부를 방문해 어뢰추진체를 촬영하고자 했으나 처음부터 촬영은 안된다고 해서 취재기자만 들어가 보고 나왔을 뿐 촬영기자는 들어가지 못했다”며 “약 2주일 정도 계속 이메일 등을 통해 촬영요청을 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어뢰추진체 모조품. 사진=조현호 기자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어뢰추진체 모조품. 사진=조현호 기자
 

그 사유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황성훈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대령)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추진체 취재여부에 대해 “재판중이며 증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촬영에 제한된다는 것이 국방부 조사본부와 법무실 등이 함께 논의해서 나온 결론”이라며 “어뢰추진체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면 군이 이 증거물을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화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지도평가과장도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추진체 취재여부에 대해 “어뢰추진체의 경우 재판이 진행중이라 증거물 훼손이나 변형을 해선 안된다고 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촬영은 안된다”며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시는 했으나 사진촬영을 해간 사람들이 포토샵을 통해 변형한 뒤 편집, 보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올해 8~9월 쯤으로 예상되는 1심 재판의 종결이 이뤄지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도 원하면 보여는 주되 촬영을 금지시킨 것과 관련해 이 과장은 “일반인들의 스마트폰 촬영도 안된다”며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애초 천안함 선체 잔해와 마찬가지로 어뢰추진체도 평택 2함대로 옮기려 했으나 ‘임의로 훼손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으니 그냥 그대로 조치해두라’고 검사가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이 과장은 전했다. 그는 “최근에도 어뢰추진체 촬영을 허용하는 게 어떠냐고 질의했으나 담당검사가 ‘아직은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어뢰추진체 모조품. 사진=조현호 기자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5월부터 12월까지 어뢰추진체를 공개 전시했던 전쟁기념관은 2011년부터 ‘진품’ 어뢰추진체 대신 ‘모조품’을 4년 넘게 전시하고 있다. 이 모조품은 거의 동일한 형태로 제작됐으며, 흡착물질이 붙어있는 상태와 휘어진 모습, 녹이 슬어있는 모습까지 유사하게 만들어져 있다. 현재 이 어뢰추진체 모조품은 전쟁기념관 국군발전실에 있다. 2010년 당시 촬영이 허용됐을 때 어뢰추진체 프로펠러 구멍에 ‘가리비’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정밀촬영을 한 블로거에 의해 드러났다. 이후 군은 어뢰추진체를 전쟁기념관에서 국방부 조사본부로 옮겼다.

무엇보다 어뢰추진체 촬영금지 방침은 천안함 선체 공개 방침과는 상반돼있다. 가장 큰 증거물인 천안함 선체의 경우 영구전시하기로 결정해 지난해 12월 2함대 내에 조성한 안보공원으로 이전했으며, 일반인들의 견학과 촬영을 모두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뢰추진체 촬영을 거부당했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9일 “어뢰 추진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 것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다른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인지, 다른 의혹이 제기될까 두려워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재판을 이유로 아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선체의 경우 북한의 만행 현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촬영까지 허용한 것이며, 규모가 너무 크다”며 “또한 선체는 우리 것이고, 어뢰추진체는 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체갖고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등의) 거론을 하지 않지만 어뢰추진체 갖고는 사진 조작해서 재판에 영향을 줄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어뢰추진체 모조품. 사진=조현호 기자
 

이와 함께 어뢰설계도의 경우 국방부는 애초 기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했다가 최근에는 아예 국방부가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다고 밝히는 등 오락가락한 대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해온 블로거이자 민중의소리 뉴욕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원식씨가 지난해 11월 청구한 어뢰설계도 정보공개 요구에 대해 국방부는 그달 17일과 24일(이의신청) 잇달아 기각 통지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비공개 결정 통지서를 통해 “상기자료(어뢰설계도)는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비밀로 지정된 자료로써 공개시 국가안보 및 외교문제 발생 등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어뢰 설계도와 일부 재원은 국방부가 발간한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수록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부는 최근엔 이 어뢰설계도 자체를 국방부가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화 국방부 조사본부 과장은 9일 “설계도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기관인 국정원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합조단 보고서에 제시된 이른바 1번 어뢰추진체.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가 보관중이다. 사진=합조단 보고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달 취재시엔 자신들이 안갖고 있어서 국정원에 공개여부 문의한 뒤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그 뒤 얘기가 없어서 공문까지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답이 없다”며 “군이 (천안함 사건의 증거물로) 한 번 받은 설계도를 카피도 않고 돌려줬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보안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기밀로 돼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원 소스가 국정원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 대변인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설계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답변”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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