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압박을 받아 보조금 조정안이 상정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보조금 상한액 인상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단말기 보조금 조정안을 의결했다.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기권표를 던졌다. 단말기유통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25만~35만원 사이에서 보조금 상한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6개월마다 조정이 가능하다. 지난 10월 단말기유통법 도입과 동시에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날 야당추천 위원인 김재홍 상임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눈치를 본 결과 단말기 보조금 조정안이 급작스럽게 회의에 상정됐다고 비판했다. 김 상임위원은 “열흘 전만해도 보조금을 상향할 이유가 없다고 내부논의를 마친 것으로 안다”면서 “갑자기 보조금 상한액 조정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미래부가 요금할인율을 높이기로 하자, 이에 맞춰 상한액을 올리자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은 단말기보조금 상한액 조정에 대해 사실상 기권표를 던졌다. 김재홍 상임위원(왼쪽), 고삼석 상임위원(오른쪽).
 

미래부는 최근 ‘선택 요금할인제’의 기준 할인율을 기존 12%에서 2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 요금할인제는 통신사에 가입할 때 단말기 보조금을 대신해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를 말한다. 

김 상임위원은 “방통위는 독립적 기관으로서 정부기구인 미래부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유치금지 일주일 제재를 의결해놓고 무기한 집행유예가 됐다. 광고총량제 등 방송광고개선을 입법예고 다 해놓고 입법 미루고 있다. 이렇게 이곳저곳의 눈치를 보는 방통위가 독립적 기구, 자율적 기구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상한액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김 상임위원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조사를 한 결과 이용자들이 애용하는 갤럭시S5 기준으로 보면 어제 기준 공시가가 24만5천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급되는 공시보조금이 기존 상한액 30만원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한액 조정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단말기보조금 상한선을 인상하는 것이 선심성 정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잘못하면 국민들이 선심정책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직전이라 더 그렇게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시내의 한 이동통신 판매점. ⓒ연합뉴스
 

야당추천 위원인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용자 혜택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위원회 논의결과는 논의과정이 합리적이고 충분할 때 정당성이 확보된다. 앞으로는 사무처에서 내용검토, 미래부협의라 등을 사전에 꼼꼼히 준비해서 이렇게 급작스럽게 안건이 논의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추천 상임위원인 이기주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사안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리도 중앙행정기관”이라며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부처간의 정책조율을 한다. 무조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상임위원은 또 “당장 지급되는 보조금이 상한액에 미치지 않더라도 우리는 최대한 여유를 더 주는 측면에서 올리자는 것이다. 인상 폭 역시 단말기유통법 제정 때 함께 협의한 25~35만 범위 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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