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 및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자, 7일 아침신문에서 세월호 인양을 사실로 받아들인 기사들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년간 세월호 참사를 대한 태도나 최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과 관련해 보인 태도 등을 비춰봤을 때 언론이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까?

매일경제 1면 <세월호 인양쪽으로 가닥> 
서울경제 1면 <정부, 세월호 인양 사실상 확정> 
조선일보 1면 <세월호 인양키로…‘1년 갈등’ 씻는다>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회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도 세월호 인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인양을 언급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세월호 인양을 확정해 기정사실화한 보도는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보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에 대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여론을 수렴한 뒤에 인양하겠다며 두 가지 단서를 달았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도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기술적 검토 결과를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으로 앞당겨 발표하고 이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뒤 4·29 재보선이 있는 이달 말 세월호 인양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계획을 발표한 시점은 사실상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 시행령안 입법예고가 끝나는 6일이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 검토를 주문한 날 해수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보고할 ‘세월호 사고후속조치 추진상황’ 자료가 공개됐다. 해수부는 선체 내 화물 위치·무게를 추정할 수 없어 인양도중 무게중심 변화로 2차사고 위험이 있다며 해외 인양 사고 사례 6건 중 4건을 인양 포기 사례로 언급했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는 여당 의원도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단서로 단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 7일자 서울경제 1면.
 
   
▲ 7일자 매일경제 1면.
 
   
▲ 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발표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여론 수렴을 얘기하고 유 장관이 여론조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도 찬성(48.9%)이 반대(25.5%)보다 많았고 박 대통령의 발언 전과 후 모두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600만명이 서명할 때부터 여론을 무시해 왔는데, 사실상 이미 수렴된 여론을 다시 조사하겠다는 것 자체가 여론 분열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같은날 2만7822명의 서명을 받아 해수부에 제출하며 “해수부는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시행령을 상정하라”며 “참사 1주기 이전에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발표하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유가족이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거나 경찰에 의해 고립되기도 했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오는 9일 차관회의를 거쳐 오는 14일 국무회의에 보고될 예정이었지만 7일 유 장관은 차관회의를 일주일 연기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세월호 1주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말은 계속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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