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태극기 열풍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전국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정보공개 청구해 취합해야 했다. 행정자치부는 주요 중앙부처에 이 행사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고 지자체에 공통 가이드라인을 홍보자료와 함께 만들어 배포하는 역할만 할 뿐 전체 예산은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태극기 달기 운동 예산집행내역(일시, 사용처, 사용목적, 금액, 결제방법 등)과 홍보비용, 사업계획, 수발신 공문, 2015년 1월 1일 전후로 구입·보유한 태극기의 수 등의 자료를 청구했다. 

평소 정보공개청구에 귀찮다는 반응을 보였던 공무원들이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요청했는데도 꼼꼼하게 자료가 도착했다. 한 공무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상반기(3·1절)에는 예산 집행을 많이 하지 못했지만, 하반기(8·15)에는 예산을 많이 책정할 것”이라며 “기대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애국 열풍에 한발 늦은 것에 대해 부끄럽기라도 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에도 자료 수집과 분석은 쉽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부3.0’(인터넷을 통한 국민들이 제한된 참여(정부 2.0)를 넘어 정부가 능동적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운영 패러다임)은 집권 3년차임에도 정보공개 홈페이지 가동조차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통지가 완료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수수료를 납부해야했는데 사이트가 불안정해 휴대폰 소액결제로만 가능했다. 지난 6일에는 정보공개시스템 오류로 자료가 열리지 않아 지자체에 다 전화를 돌려 메일로 정보를 다시 보내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정보공개시스템의 오류로 엉뚱한 자료가 도착한 경우도 많았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정보를 제대로 입력했지만 열어보면 다른 지자체의 자료, 심지어는 태극기 달기 운동과 전혀 관련 없는 자료만 있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도착한 정보의 범위와 자료 형식은 모두 달랐다. 정보공개범위는 공공기관마다 달랐고 그 기준은 자의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달랐기 때문이다. 기자 3명이 나흘간 달라붙어서 한 작업의 90%는 정보공개시스템에서 자료를 다운받아 분석하고 분류해 엑셀에 입력하는 과정이었다. 데이터저널리즘의 최대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던 전자정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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