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어떤 이유로 두동강이 나는 순간을 담은 영상이 존재하는지를 두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합조단 책임자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나서 진위 여부가 주목된다.

천안함이 반파되기 전과 완전히 반파된 이후의 장면을 담은 TOD 동영상(238 TOD초소가 촬영한 영상)은 사고 직후 국방부가 일부에만 단계적으로 공개했다가 지난해 9월 법정에 제출된 TOD 동영상(60분 분량-20분짜리 3개)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장면에는 반파되는 순간은 담겨있지 않다. 풀영상의 경우 2010년 당시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공개한 것으로 모두 3시간 분량이었다. 이 가운데 1시간 분량만이 법원에 제출된 것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이 영상 외엔 없다고 밝혀왔으나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 부장판사)는 당시 238초소 이외의 다른 TOD 초소에서도 촬영된 영상이 존재하는지, 보관중인지 등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지난달 천안함 침몰사건 5주기를 맞아 출간된 ‘스모킹건(SMOKING GUN)-천안함 전쟁실록’을 집필한 이종헌 전 청와대 행정관이 TOD 영상에서 ‘천안함 가운데에 흰선이 보이다 갈라졌다’는 침몰순간 목격담을 기록했다는 데 있다.

이 전 행장관은 사고순간을 잡은 TOD 영상에 대해 해병 6여단의 이 모 상병과 조 모 일병이 촬영한 것으로 썼다. 그는 “2분30여초가 지난 시점, 멀리 수면 위로 물체가 보였다”며 “물체 가운데로 흰 선이  보였는데, 조금 뒤 그 선이 서시히 벌어지더니 물체가 반으로 갈라져 둘이 됐다. 3분30여 초 뒤 그 중 하나는 아예 물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하나도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고 묘사했다.

   
천안함이 침몰된 직후로 보여지는 영상.
 

이 같은 장면은 공개된 TOD 동영상에는 없다. 또한 국방부와 당시 합조단 역시 침몰순간 영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를 두고 이종헌 전 행정관은 지난 2일과 6일 인터뷰에서 그런 영상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책에 충분히 얘기를 다했으며, 내가 알고 있는 데이터를 충실히 담았다”며 “굳이 다시 말로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행정관은 TOD 동영상에 침몰순간이 없다는 반론에 대해 “(이미 공개된) 풀영상을 못봤느냐”며 “거기에 다 있다”고 밝혔다.

법원에 제출돼 있는 영상에는 없는데, 또다른 영상이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 그는 “책에 나온 그대로라는 말로 대신하겠다”며 “그 이상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이 완전히 두동강 난 직후의 영상.
 

이 전 행정관은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도 침몰순간은 없다는 국방부와 합조단의 반박에 대해 “예스, 노를 얘기하기 전에 본 것을 썼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겠다”며 “이미 다 공개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정 증언 용의에 대해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필요하면 어떤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합동조사단 책임자와 국방부는 그런 영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천안함 합조단 군측 단장 겸 과학수사분과장을 했던 윤종성 성신여대 교수(교양학부)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TOD 영상 중 침몰 순간은 없다”며 “그것이 있었으면 왜 공개 안했겠느냐. 명확한 것인데”라고 밝혔다.

238 TOD 초소 외의 다른 초소에서 촬영된 영상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윤 전 단장은 “(촬영한) 초소는 있었겠지만 관측구역(각도)의 제한 때문에 (천안함 활동구역의) 전(全) 방위각이 다 영상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당시 다른 초소의 TOD도 수집은 했지만 관측된 것 위주로 봤다. 상식적으로 침몰순간이 있으면 왜 공개하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TOD 분석과정에 대해 윤 전 단장은 “당시 우리 요원을 백령도에 보내 여러 TOD 가운데 거기에 (천안함이) 나온 것 중심으로 분석했으며, (공개된) 그것이 주였고, 나머지는 나온 것에 대해서는 본 적이 없다”며 “부분적으로 (촬영된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본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TOD 영상 등의 보관은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고 윤 전 단장은 전했다.

   
정상기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이 촬영된 TOD 동영상. 당일 21시02분으로 찍혀있다.
 

 

   
이종헌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스모킹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침몰순간 동영상 존재여부에 대해 “모르겠다”며 “하지만 이제와서 그걸 다시 다 찾아서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조사위원)는 6일 “238 TOD 초소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천안함의 반파 전과 반파 후를 담고 있을 뿐 반파순간은 없다”며 “오히려 그 외의 다른 초소에서 촬영한 TOD 영상에는 사고순간에 대한 영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찾아 제출할 것을 법원에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이 전 행정관이 책에 쓴 영상의 상황은 238초소가 촬영한 영상과는 다르다”며 “그 영상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런 영상이 있는지 여부를 검찰을 통해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어뢰 피격이 아닌 다른 원인을 입증하는 근거를 갖고 오라’고 제안했다. 그는 “다른 원인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오면 제대로 그 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 없이 대안없는 의문만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좌초의 증거를 제시하려면 긁힌 흔적이나 깨진 소나돔이 있어야 하는데, 없지 않느냐”며 “잠수함이나 미상 선박과의 충돌을 제시하려면 천안함의 옆이 쑥 들어가야 하는데, 아래가 뚫려있다. 잠수함도 많이 부서졌을텐데 잔해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기뢰폭발이면 뒷부분이 깨져야 하는데 가운데가 터져있다”며 “어뢰가 아니라면 다른 증거를 가져오라”고 덧붙였다.

 

   
천안함 합조단 군측단장 겸 과학수사분과장을 맡았던 윤종성 성신여대 교수(교양학부). 사진=조현호 기자.
 
   
천안함 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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