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안 폐기 여론을 잠재우는 한편, 유가족들이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농성하는 것으로 호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세월호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에 나섰다. 농성을 이어가던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2일 삭발을 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참사 피해자 배상 및 보상금 선정기준 발표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배상 및 보상 문제로 사건을 덮으려 하지 말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인양이 결정될 때까지 배·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한편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정부의 시행령안이 특별조사위를 유명무실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배·보상금은 대서특필하더니, 유가족 눈물은 외면

3일 아침신문들은 1면부터 대조적이었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을 펼쳐들면 가장 먼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삭발식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1면에서는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하루 전인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세월호참사 배·보상금’을 1면에 대서특필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세월호 배‧ 보상’ 학생 1인당 8억2000만 원>을 보도했다. 3면 지면 전체를 할애해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1면 우측 상단에 배·보상액을 큼지막한 숫자로 보도했다. 마찬가지로 3면에서 관련 기사가 이어졌다. 

이랬던 신문들이 유가족들의 삭발식 현장은 1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배·보상금은 크게 보도하고,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외면한 것이다. 이들 보수신문의 배·보상금 보도가 유가족을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3일 아침 주요일간지 1면.
 

 

‘인양’과 ‘조사위’ 쟁점화 시키는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1면 뿐 아니라 지면 전체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0면에서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4면과 10면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했다. 

세 신문만 놓고 보면 조선일보의 보도태도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4면 기사는 세월호 ‘인양’과 ‘조사위’를 둘러싼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미국9.11테러 조사위원회를 비교했다. 또, 세월호와 스웨덴의 에스토니아호 침몰에 대한 후속조치를 비교했다. 

정부의 시행령안에 따르면 특별조사위 사무처에 1실, 1국, 2과를 두고 정원은 90명으로 정한다. 이는 그간 특위 설립준비단이 요청했던 3국, 1과, 정원 125명에 비해 인원과 격이 축소된 것이다. 예산 역시 193억 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논란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9.11테러 조사위원회도 인원은 80명 정도였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에스토니아호 침몰사고의 경우에도 조사위원회는 36명”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에스토니아호의 경우 천문학적 인양 비용이 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스웨덴 정부는 일부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해저 묘역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의 인양은 실종자 수습 뿐 아니라 진상규명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3일 조선일보 10면 기사.
 

이 같은 비교는 표를 통해서 ‘정리’ 하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인원이 특별조사위가 요구하는 안에는 정원 125명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 시행령안은 90명이다. 9.11테러 조사위원회의 인원은 그보다 적은 80명이다. 에스토니아호 침몰과 세월호 참사의 대응을 비교해보면 이렇다. 에스토니아호는 비용 문제로 인양을 포기했다. 조사위원회 인원구성에는 ‘유가족 참여 불가’라고 쓰여 있다. 세월호참사와 사고 원인과 상황이 다른데도 해당 사례를 끌어와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펼친 셈이다.

조선일보는 10면에서 유가족들의 삭발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다른 의견을 낸 유가족의 목소리에도 주목했다. 과거 ‘일반인 유가족’과 ‘단원고 유가족’의 갈등을 부추기던 보도태도와 유사한 방식이었다. 

조선일보가 주목한 유가족의 의견은 이렇다. “한편 일부 유족은 배·보상 절차에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배·보상비를 받아 선체 인양에 돌려쓰는 방안 등을 논의해보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어 “정부에서 먼저 배·보상을 실시하면 그 돈으로라도 직접 인양을 하자는 제안이 유족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집행부에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배·보상금 8억 2000만원은 부풀린 숫자”

정부는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에 대한 배·보상금이 평균 8억2000여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사설에서 “마치 나랏돈인 양 생색을 냈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밝혔다. 국민성금 3억 원, 학교에서 가입한 보험에서 나오는 보험금 1억 원이 포함된 액수이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또 배·보상금 대부분의 출처가 세금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는 인명, 화물 등에 대한 배상금 1400여억 원을 우선 투입하겠다지만, 대부분 선사와 선주 일가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통해 회수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사정이 그런 터에 굳이 이 시점을 택해 국가가 거액을 지원하는 양 발표했으니 그 저의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세월호 가족과 돈 문제를 연계시켜 사안의 본질을 희석하고 시민의 시선을 지엽 말단으로 돌리려는 시도”라며 “유족을 ‘선량한 일반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타자화전략”이라고 비판했다.

   
▲ 3일 한겨레 1면 기사.
 

한국일보는 ‘기자의 눈’을 통해 정부의 배·보상 발표에 유감을 표했다. 이날 ‘기자의 눈’을 쓴 김현수 경제부 기자는 정부가 서둘러 배·보상금을 발표한 점에 문제제기를 했다. “일각에선 이렇게 서두른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 등 정치일정일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기자는 정부자료에 배상금 신청 대상자를 ‘희생자’와 ‘구조된 승선자’로 명시한 점도 지적했다. “‘구조된’이란 수석어를 주저 없이 쓰는 데에도 거부감이 든다”면서 “사고 직후 해경은 기울어진 배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을 건져 올렸을 뿐 선내 진입이나 퇴선방송 등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고 이후 골든타임을 그대로 허비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그들을 구조한 건 그들 스스로였지, 정부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대변인?

3일 제주도 4.3 평화공원에서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다. 4.3사건이 지난해 3월 국가 기념일로 지정됐으나 이 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할 수 있으려면>이라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신문은 4.3사건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놓고선 행사에 불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순적인 언행을 비판하는 대신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조선일보가 밝힌 이유는 이렇다. 우선 “제주 평화공원에 모셔진 위패 중에 남로당 무장 반란을 주도하고 군, 경과 그 가족을 살해한 골수 좌익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 때문”에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4월 3일은 남로당이 5.10 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일으킨 무장봉기의 날”이라며 “이날을 기념하는 것은 무장봉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크다”는 현길언 전 한양대 교수의 말을 전했다. 

결국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이 논란이 바른 방향으로 정리된 다음에야 가능한 문제”라고 정리했다. 국가가 좌익색출을 빌미로 제주도민 6만여 명 중 1만 5000명이 숨졌다. 정부와 조선일보는 ‘좌익’을 빌미로 올해도 국가폭력에 의해 학살당한 국민들을 제대로 위로하지 않고 있다.

   
▲ 3일 조선일보 사설.
 

다음은 3일 아침신문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박용성,  MB만나 ‘중앙대 통합’ 직접 민원>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국 정치권의 ‘경제무심’>
서울신문 <항만, 선박 공공기관, 자회사 통폐합>
세계일보 <저소득 정신질환자 ‘의료차별’ 설움>
조선일보 <북·중·러 특구에 부는 ‘관광바람’>
중앙일보 <무소속 천정배 새누리 오신환 야당 텃발서 1위>
한겨레 <“정부가 돈으로 희생자 능욕” 세월호 유족 눈물의 삭발식>
한국일보 <이란 핵협상, 두 번  시한 연장 끝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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