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관에 또 다시 ‘낙하산’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실장은 평론가 시절 편향적인 발언으로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JTBC는 지난 1일 <뉴스룸>에서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내정 됐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시청재미디어재단은 시청자의 권익증진을 위해 설립되는 정부출현기관으로 다음달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부산, 광주, 강원, 대전, 인천 등 5개 지역의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지원, 관리하고 시청자 제작 방송(퍼블릭엑세스)프로그램 지원 등 시청자 권익증진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공모에 지원했다고 밝혔으나 내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모에 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정되지 않았다. 누구에게 따로 연락 받거나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비서실장 출신이 공모에 지원한 만큼 내정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 관계자는 “여권실세 자리에 있던 인물이 될 가능성도 없는 곳에 지원하기 힘들다”면서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사진=청와대
 

낙하산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 전 비서실장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부적격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전 비서실장은 2013년 5월 22일 JTBC <임백천 임유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보는 사람이 일부 있지, 저도 종북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원칙적으로 봤을 때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이사장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사장 선출이 가시화 된다면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일 논평을 내고 “시청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기구에까지 낙하산이 투하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편향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비서실장에 임명될 때도 자격 시비가 일었던 인물”이라며 “‘시청자의 방송참여와 권익증진’을 위해 설립되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초대 이사장이라니 가당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일 트위터를 통해 이 전 비서실장의 내정사실을 언급하며 “방송통신 정책과 관련된 모든 산하기관 및 민간기관까지 낙하산으로 채우겠다는 심보”라며 “정작 진짜 필요한 인사는 구태정치로 점철되고 있다”고 밝혔다.

   
▲ 2013년 5월 22일 방송된 JTBC <임백천 임유선의 뉴스콘서트>.
 

 
여권 실세의 방송기관 낙하산 논란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민간단체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종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IPTV방송협회장이고,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스카이라이프 대표인 상황에서 민간방송협회에까지 낙하산 인사가 선출되자 야권은 ‘유료방송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비서실장은 세계일보 기자 출신으로 평화방송 보도국장을 지낸 뒤 시사평론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3월 국무총리 공보실장에 발탁됐으며 같은 해 8월 비서실장이 됐고, 지난 2월 사임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지원자는 8명으로 알려졌다. 2일 열리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가 압축될 예정이며, 방송통신위원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임명시기는 이달 중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1년 연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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