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황금주파수’를 지상파UHD용도로 할당하자는 입장이지만 통신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통신에 할당할 경우 경제적 효과가 지상파UHD용도로 할당하는 것에 비해 7배 높다는 연구결과에는 지상파도 반박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상파는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낮은 직접수신율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날 토론 결과가 국회의 입장을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는 지난 1일 토론회를 열고 700MHz대역 주파수 배분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 700MHz대역 주파수는 지상파방송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대역이다. 정부가 해당 구간의 두 지점에 각각 10MHz씩을 재난망 용도로 할당하면서 방송과 통신 양쪽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힘들게 됐다.

   
▲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의 주최로 ‘700㎒ 대역 주파수 분배 정책과 방송·통신의 미래’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날 통신업계의 입장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통신에 할당할 경우 경제성이 더 크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주장에 대해 지상파쪽 학자들은 명쾌한 반론을 펼치지 못했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융합공학부 교수는 “통신의 전송속도가 1mbps 증가할 때 소비자후생이 878억 원 향상된다는 결론을 700MHz 연구반 보고서에서 내놓았다. 단순 경제효과를 비교해도 통신에 할당하는 게 6.7~7.2배 정도 경제성이 크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UHD 방송의 화질개선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가분은 연평균 32억~60억 원이며 유료방송 가입비 절약 효과는 연평균 28억~150억 원으로 나타났다. 700MHz 연구반 보고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 및 통신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것으로 올해 초 발표됐다. 

박덕규 교수는 또 “통신사가 주파수를 구입하면 경매 대금을 국가가 받는다”면서 “통신에 할당하면 10년간 약 2조3380억 원의 국가재정수입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특정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경제학자 입장에서 보면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해서는 결론내기 어렵지만 통신에 활용하는게 더 경제성이 크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상파쪽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통신에 할당할 때 경제성이 더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UHD를 선도했을 때 다양한 파급효과를 봐야 한다. 단순히 방송에만 효과를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직접적 콘텐츠 수출효과 외에 여타 산업에 대한 간접적인 수출 증진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상파가 주파수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에 관해 “발송발전기금이 사실상 주파수 이용료 개념”이라며 맞섰다.

   
▲ UHD로 제작중인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
 

UHD콘텐츠 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UHD채널로 전파를 할당하는 일이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덕규 교수는 “일본 등 해외에서는 지상파방송이라 할지라도 주로 위성을 통해 UHD를 실시한다”면서 “현재 지상파 채널 당 하루에 방영하는 UHD콘텐츠는 5%정도 뿐이다. 이 콘텐츠들을 한 채널에 모아서 방영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통신수요에 비해 지상파UHD주파수 활용도가 낮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700MHz주파수를 통신용도로 할당했다는 점도 지상파에게 약점이 됐다. 박덕규 교수에 따르면 세계 115개국이 700MHz 대역을 통신용도로 할당하고 있다. 그는 국제적 조화측면에서도 UHD용도로 할당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유하자면 해당 대역의 UHD할당 요구는 이미 도시계획을 교육용도로 짜 놓은 상태인데, 종교시설이 들어오겠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지상파 입장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지상파방송이 무료보편적 서비스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맞섰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상파에 할당하는 일은 무료보편적 서비스 구현이라는 방송의 책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료방송에만 UHD가 도입된다면 사회소외계층의 디지털 정보격차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상파UHD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광호 교수는 “한류콘텐츠의 대다수를 제작하는 지상파와 달리 유료방송은 콘텐츠 자체제작 비율이 무척 낮다”면서 “최근에도 PP들은 UHD콘텐츠를 수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다수의 UHD 콘텐츠를 수입하게 되면 우리 콘텐츠 제작기반이 붕괴되고 관련 산업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할당을 주장하는 쪽은 700MHz대역의 지상파UHD용도 할당이 국제적 추세가 아니라는 점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가 “우리나라만 700MHz대역 주파수를 이용해 UHD를 도입하면 갈라파고스가 된다”고 말하자 서종수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외려 차세대 방송의 발전추세를 고려해야 한다. 앞서나가기 위해 우리가 선도적으로 UHD용도로 할당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서울 시내의 한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한편 정부의 주파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덕규 교수는 “현 정부 들어서 주파수 관리가 이완화 됐다. 방송주파수는 방통위, 통신주파수는 미래부가 맡게 됐다. 학계에서 문제제기를 많이 했지만 정부가 단행했고 이후 갈등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미래부는 최근 지상파UHD도입을 계획하면서도 구체적인 주파수 활용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통신업계 모두에 해당 주파수대역을 할당하겠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이해당사자이자 전문가 입장에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700MHz 주파수 할당 논의는 4월 중 열리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소위원회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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