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알바노동자로 살아온 윤가현씨는 알바노동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알바하려고 기본적인 내 개인권리를 버렸다면, 일하면서는 위법을 거절할 권리를 버렸다. 최저임금을 포기하거나, 근로계약서를 포기하거나 4대 보험을 포기하거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나는 비로소 알바를 할 수 있는 노동자의 몸이 된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알바 실태보고 및 권리 찾기 토론회에서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2013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상담)과 청년유니온(2014년 3월부터 12월까지 상담)은 노동 문제에 대해 상담한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각각 내놓았다. 노무법인 삶 최승현 대표노무사는 자료를 검토한 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알바노동현실”이라고 정리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부터 법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 근로계약서 작성비율. 표=알바노조 제공
 

알바노조 상담자료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한 상담자는 74.1%에 달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상담자는 전체 상담자 4명 중 1명이었고, 작성해서 교부까지 제대로 한 상담자는 17.4%에 불과했다. 알바노조 박종만 기획팀장은 “근로계약서 작성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사례들까지 감안한다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근로계약서가 없으면 근로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3개월만 일하기로 구두로 합의해놓고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명시하는 방법이다. 계약기간이 1년이 넘으면 ‘수습’을 이유로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까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기간제 노동자의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노동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나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탁용역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었다.

알바노조가 발표한 사례에는 위약 예정(약속 위반을 이유로 위약금, 손해배상액을 예정)사례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1개월 정도 일했다. 그만두겠다고 하니 점장이 ‘3개월이 안됐다’며 그러면 최저시급의 80%로 감면하겠다”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거나 30일 전에 얘기하지 않으면 임금 삭감한다고 적혀있으면 알바비 제대로 못 받나요?”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 임금체불 상담사례. 자료=알바노조 제공
 

전체 상담 사례중에는 임금체불과 관련된 상담(76.4%)이 가장 많았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금체불 금액은 1조3000억원이었다. 이는 2011년(1조874억원)부터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사업장규모별로 볼 때 100인 이하 사업장의 체불 비중(85.7%)이 100인 이상 사업장 체불비중보다 높았다. (관련기사 : 갈수록 늘어가는 임금체불… 한숨 쉬는 노동자)

알바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이 밖에도 다양하다. 

△강제 근로 
“유명 빵집에서 시급 4500원을 받고 일했다. 혼자 매장을 관리하는 압박감에 그만두려는데 사장이 새로운 알바 구할 때까지 해야한다고 하던데, 만약 후임자가 안 구해진 상태에서 그만두면 나한테 불이익이 있나요?”

△손해배상 관련 
“PC방 알바 도중 퇴근 준비하며 화장실 청소하는데 변기 물이 안내려가 확인하다가 녹슨 손잡이 부분이 떨어지며 변기가 깨졌다. 이럴 때 내가 보상해줘야 하나?”

△협박 
“추석연휴동안 5일간 휴게시간도 없이 일했다. 사장에게 근로계약서와 휴게시간을 요구했더니 알바들끼리 먹은 카페 음식을 거론하며 절도죄로 고소하겠다고 언성을 높인다. 분명 알바 첫날 카페 음식은 매일 먹어도 된다고 했으면서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협의해주겠다는 등 협박을 한다. 음식을 훔쳐 먹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백합니다만 괜히 불안하다.”

   
▲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대처방법. 자료=알바노조 제공
 

이런 알바노동자를 가리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라고만 볼 수는 없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알바채용사이트 ‘알바몬’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상 대표적인 권리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90%가 몰랐던 권리라고 답했고, 이중 93%는 ‘마땅한 법적 권리인 줄 알면서도 못 챙긴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노동인권과 노동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하는 동시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갑을관계에 있는 사장에게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현실이 나아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 알바생의 법적 권리 설문조사. 자료=알바몬 제공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알바노동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유 네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알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윤 변호사는 “노동법 적용을 받아야 할 노동임에도 본업이 아니라는 식으로 의미부여를 해 노동인권의 중요성을 폄훼하고 대응을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법적 구제의 어려움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조사에 대해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근로감독관과 사법부의 안일한 인식도 법적인 구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셋째, 노동법 사각지대의 존재다. 노동관계법령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제한돼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거나 연차 및 생리휴가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 넷째,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최승현 노무사는 “임금체불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로 사용자는 체불이후 지급하기만 하면 노동자는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써주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또 다른 노동자가 임금체불을 당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 백우연 노동상담국장은 “상담 사례 중에서는 타 공공기관에서 상담을 받았으나 만족하지 못해 추가질문을 하고자 (청년유니온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기관의 노동 상담(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의 온라인 상담 또는 1350 전화상담, 120 다산콜센터)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알바노조 박종만 기획팀장은 “알바는 이제 용돈벌이가 아니라 생계수단, 부업이 아니라 주업이 됐고, 정규직만큼 장시간 일한다. 편의점에서 나이 어린 점주에게 무시당하며 일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고, 패스트푸드점 매장 안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년 여성노동자들이 주부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다”며 “알바노동자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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