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국민대책회의가 정부의 시행령안 철회를 주장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29일 4·16가족협의회 주간 활동보고 및 가족회의에서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 위원들은 정부 시행령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철회를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들은 30일부터 광화문 농성을 시작하고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매일 2인 이상 농성단을 구성해 농성에 참여하기로 했고, 온라인 활동도 진행한다. 정부 시행령 반대 의견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하고 전화와 SNS로도 항의 운동을 진행한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트위터(@sewolho416)로 온라인 긴급행동과 신문광고 제작 참여한 뒤 인증샷 올리기도 진행한다. 

정부 시행령을 ‘악마의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1인당 1만원 이상 참가비를 받아 신문광고 제작에 나선다. 마감은 오는 4월 5일까지다. 주말인 4월 4일과 5일에는 시민들과 가족들이 안산 분향소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1박2일 도보행진을 하고,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광장에서 촛불문화제 및 범국민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위원장은 “정부 시행령은 진상조사를 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철회운동에 가족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강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 장완익 변호사는 “특위 위원들은 소위원회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활동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사무실도 필요없고, 가족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정부 시행령 안은 폐기돼야 할 안이라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반민특위와 같이 좌절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노골적인 진상규명 방해로 보이는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면서 일부 유족들의 지친 모습도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유가족 김아무개씨는 계속되는 길거리 농성과 유가족을 향한 공격 등으로 심신이 지쳤다고 전했다. 속병이 나 하루 한 끼 식사도 간신히 하고 있다. 그는 오래된 농성으로 생활비를 벌지 못한 가족을 대신해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엄마는 진도 팽목항에 내려갔다”며 “나도 농성장에 가야하는데 일도 있고 몸도 아프고…”라고 말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지난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참사 1주기 계획 발표 기자회견 직후 아직 찬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 곁을 찾은 것이다.

   
▲ 지난달 30일 세월호 유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려다가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에 가로막혀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참사 349일째인 지난 30일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국민대책회의는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유가족의 요구를 외면했던 청와대를 다시 찾기로 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정부도 정부 시행령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이석태 위원장 하에 만든 특위 시행령안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성 선포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수백명의 경찰이 유족들과 시민들의 행진을 막았다. 몸싸움 과정에서 성호아빠 최경덕씨가 연행됐고, 피를 흘리거나 탈진한 유가족들이 생겼다. 이날 유족들은 경찰 벽에 둘러싸여 광장 바닥에 주저앉았다. 

실종자 허다윤 엄마 박은미씨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다. 실종자 조은화 엄마 이금희씨는 “1인 시위하는 다윤이 엄마가 많이 아프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자신의 생명까지 걸었다. 유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다윤이 엄마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유족들과 시민들은 지난 30일 저녁 청운동사무소로 향했다. 이곳에서 동수 아빠 정성욱씨가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연행됐다. 연행된 유가족들은 31일 경찰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30일 예은아빠 유경근씨는 “시행령을 조정하는 협상을 위해 강력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위 시행령은 반드시 이뤄야 할 최소한의 요구”라며 “정부 시행령 완전 철회와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족들은 청와대 근처와 광화문 광장으로 흩어져 농성 첫날 밤을 지새웠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31일 “세종대왕상 앞을 지켰다”며 “많이 춥지만 시행령을 폐기할 때까지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침몰에 많은 의혹이 있어 재조사를 해야한다”며 “정부가 세월호 침몰을 선박과 해상사고로 축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 사진=예은아빠 유경근 페이스북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1인당 8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제시한 것도 논란이다. 이미 배상과 보상을 다 받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유족들에게 쏟아지는 바람에 유족들은 돈 문제에 위축돼 있다. 위자료 8000만원 제시는 어떤 의미일까?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인 황필규 변호사는 “법원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는데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 수준”이라며 “정부의 책임과 불법행위가 드러나고 있는데 일반 교통사고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행위”라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에 따르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1인당 위자료는 1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법원의 가이드라인이 40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보면 사실상 정부는 유족들에게 최소 금액만을 제시한 것이다. 황 변호사는 “배·보상심의위원회에서 참사의 피해규모,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한 뒤 배·보상금액을 결정해야 하는데 미리 금액을 정해놓는 것은 정부의 위법내용에 대해서는 심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사자에 대한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정부 시행령안을 가리켜 “600만 국민이 서명해준 세월호 특별법을 정부가 무시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재욱엄마 홍영미씨는 “미주 동포들과 만나 세월호 간담회를 하면서 외국에서도 정부 태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이들을 대신해 사는 우리가 세월호 인양을 통해 대한민국을 살리자”고 말했다. 농성을 시작하며 유민아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소했다. “국민 여러분 저희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이곳에서 물러나면 대한민국의 안전은 더 이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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