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태임과 아이돌 주얼리의 멤버 예원이 촬영장에서 욕설이 오가는 다툼을 벌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 달 째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날 법 했던 이 사건이 확대 재생산된 이유는 이 사건의 ‘반전’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전의 중심에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있다.

지난 3월 3일 배우 이태임이 같은 프로그램을 촬영 중이던 예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태임이 왜 욕설을 했는지, 무슨 욕설을 했는지 각종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던 와중에 디스패치가 촬영 현장인 제주도를 찾아 당시 현장에 있던 할머니와 해녀의 증언을 들었다. 

디스패치는 이들의 말을 빌려 예원은 반말을 하지도 놀리지도 않았고, 걱정이 되어서 안부를 물었을 뿐인데 이태임은 예원에게 욕설을 했다고 전했다. 예원은 30분이나 화장실에서 가서 울었고, 홀로 프로그램 엔딩 촬영을 했다. 이후 이태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는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 디스패치 기사 갈무리
 

그러나 당시 촬영현장을 찍었던 영상이 공개되면서 예원이 수세에 몰렸다. 반말을 하지 않았다는 디스패치 보도와 달리 예원이 반말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디스패치도 수세에 몰렸다. 디스패치는 결국 해명 글을 올렸다. “목격자의 증언에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것, 그의 말은 ‘절대적 진실’이 아니라 참고할 사실이라는 것을 배웠다” 

디스패치가 이번 사건을 통해 배워야할 것은 목격자의 증언에 주관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다. 제3자의 증언이 절대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교과서 같은 말이다. 핵심은 디스패치의 ‘팩트’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디스패치는 ‘뉴스는 팩트다’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디스패치는 김연아 열애, 비-김태희 열애, 수지-이민호 열애 등 수많은 특종을 쏟아냈다. 당사자들이 빼도 박도 못하는 팩트, 증거를 들이민다. 디스패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연애매체들과 다르다.

관련 기사 : <잇따른 연예특종, 탐사보도인가 파파라치인가>

팩트를 잡기 위해 디스패치는 연예인들을 몇 개월씩 따라다닌다. 파파라치, 스토킹 매체라는 비난도 늘 따라다닌다. 디스패치는 “스타의 입장에서 사생활 노출은 일종의 팬서비스”라고 답한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보다 더 큰 문제는 디스패치가 팩트를 근거로 연예인에 대한 ‘심판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욕설 논란의 현장, 제주도를 찾은 디스패치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자신의 감정을 예원에게 분출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예원은 마른 제주에서 날벼락을 맞았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2차 공격을 당하고 있다“ 

‘너,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유행어를 남긴 배우 이병헌과 그를 협박한 신인배우들 간의 메시지도 디스패치의 특종이다. 디스패치의 관련 기사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법적으로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명확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모두가 비상식적이다” 

   
▲ 디스패치 기사 갈무리
 

디스패치의 이병헌 관련 또 다른 단독기사의 말미는 다음과 같다. “협박에는 그 어떤 정당성도 없다. 그렇다고 이병헌을 단순한 피해자로만 볼 수는 없다. 적어도 도덕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들과 인연을 맺은 것, 그들의 오해를 일으킨 것, 동영상의 빌미를 제공한 것, 단언컨대 이병헌이다”

디스패치는 팩트를 대중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잘못했는지 결론을 내린다. “현장에 있던 해녀 이야기 들어보니…”라고 제3자의 증언을 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병헌이 보낸 문자 확인해보니…”라며 메시지를 공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팩트를 통해 여론재판의 판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디스패치의 팩트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팩트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디스패치는 해녀와 할머니의 증언을 밋밋하게 전하지 않는다. 증언을 토대로 예원과 이태임의 하루를 재구성한다. 이민호-수지 열애를 보도할 때도 둘이 만난 사진만 툭 던지지 않는다. 런던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들의 만남을 재구성한다. 

팩트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는 기자의 추측과 상상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민호-수지 열애 보도에는 ‘런던호텔’ ‘2박3일’ 등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이태임 욕설 논란 관련 디스패치 기사에는 “이태임의 감정은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 연기 생활, 그 속에서 겪은 좌절감, 그리고 슬럼프로 인한 우울감이 그를 짓눌렀을지 모른다. 게다가 감기몸살까지 겹쳤다. 또 그날 제주 바람은 매서웠다. 갑자기 쌓였던 서러움이 폭발했을지 모른다”는, 확인되지 않은 위험한 추측들도 섞여 있었다. 

재구성된 팩트는 밋밋한 팩트의 나열보다 훨씬 재밌다. 디테일해서 독자들을 흡입하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확인되지 않은 것을 사실처럼 전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교통사고나 살인‧강도사건이 났을 때 언론에서 보여주는, 사건을 재구성한 3차원 그래픽이 대표적이다. 사건이 다 드러나지도 않았을 때 언론은 범인이 어느 경로로 들어와 누군가를 찔렀다는 식의 그림을 보여준다. 사건에 대한 이해는 훨씬 빨라질 지 모르지만, 위험한 재구성이다.

디스패치는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중들로부터 ‘디스패치는 뭔가 다르다’는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그 팩트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 양날의 검을 어떻게 휘두를지, 디스패치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디스패치 사무실. ⓒ정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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