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관리사는 손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손목에 무리가 가서 오래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밀대나 스팀청소기와 같은 청소도구를 이용해 바닥 청소를 한다. 집안 쪽 유리창은 닦지만 바깥유리는 닦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거나 인격적인 모독까지 감수하던 파출부나 식모가 아니다. 많이 순화한 용어로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가사도우미’라는 말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이들을 노동권을 인정받고 일하는 ‘가정관리사’로 불러주길 바란다. 

지난해 10월 광주 YWCA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190명 대상 설문)에 따르면 가정관리사들은 인권침해와 직업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조사대상자 중 23.2%가 호칭으로 기분 나쁜 경험이 있었고, 36.3%가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7.4%는 욕설 등 심한 인격모독을 경험했고, 성희롱을 경험한 이들도 2.7%였다. 이용고객에게 감시받은 느낌을 받은 조사대상자도 27.9%였고, 5.3%는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쓴 적도 있었다. 

지난 2004년 설립한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가정관리사라는 명칭을 널리 알리고 가정관리사도 노동자라고 주장해오며 노동권 향상을 위해 힘써왔다. 여성의 날인 지난 8일에는 여성의 권리향상을 위해 노력한 단체로 인정받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윤현미 협회장을 만나 가정관리사가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윤 협회장과 일문 일답이다.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소감은?

“가사 일은 노동 강도가 세다. 힘들게 일 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가정관리사가 여성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들이 가정을 돌보고 있고, 평범한 우리가 모여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뿌듯하다.”

   
▲ 지난 8일 전국가정관리사협회가 여성의 권리향상을 위해 노력한 단체에게 주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는 모습. 사진=전국가정관리사협회 윤현미 협회장 제공
 

윤 협회장은 2008년 수원으로 이사와 일자리를 찾다가 수원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사회적 기업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가정관리사 일을 하게 됐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수원지부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해 임금을 받는 노동도 했지만 사회서비스 차원에서 가사일을 돕는 봉사활동도 했다. 윤 협회장은 “가정관리사 일을 통해 처음 봉사활동을 해봤다”며 “나먹고 살기 바빴는데 나도 남한테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직업이었는데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협회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사일은 노동강도가 세지 않나?

“예전에는 업무 분야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가사 일을 모두 맡기도 했고, 청소나 빨래를 주 1~2회만 하는 고객들도 많기 때문에 힘들다. 가정관리사라고 하니까 좀 더 일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가정관리사 한명이 화장실 천장을 닦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정관리사가 주로 50대 이상 여성이기 때문에 체력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요청을 받고 화장실 천장을 닦다가 미끄러져서 세면대에 부딪쳐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가 있었다. 5개월간 일도 못하고 병원신세를 졌지만 아무런 보상은 없었다. 협회에서 이용고객에게 가정관리사가 다쳐서 다음 주부터 다른 사람이 방문해야겠다고 말하니 ‘그래요 알겠습니다’라는 대답이 전부였다. 근로기준법이 가정관리사에게도 적용돼야하는 이유다. 휴식시간도 보장되고 4대 보험을 인정받아야 당당하게 직업으로 인식하며 일할 수 있다.”

   
▲ 윤현미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협회장. 사진=윤현미 협회장 제공
 

고용노동부는 가정관리사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이들을 고용한 고객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의 일부를 세액공제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사서비스 이용 및 가사종사자 고용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이달 중 입법예고하고 하반기에 입법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기존에 일자리 통계로 잡히지 않았던 가정관리사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통계 수치상으로 일자리가 증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정관리사를 일자리로 인정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협회에서는 또 어떤 일을 하는가?

“회원을 늘리는 일도 하고 있다. 통계마다 다른데 전국에 가정관리사가 15만~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 협회에는 550명 정도가 가입해있고. 정부 통계에 잡히는 가정관리사도 1000명 정도인데 나머지 가정관리사들이 노동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단순히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는데 4대 보험을 부담하게 하고, 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등 번거로운 것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와 상담하고 그냥 유료 직업소개업체로 가는 경우가 많다.”

유료 직업소개업체와 차이점은? 

“보통 소개업체는 수수료를 10%정도 뗀다. 우리는 협회 회원비를 내고. 협회에서는 청소 등 가사를 전담하는 가사관리사, 산후조리는 산후관리사, 영아부터 초등학생들의 보육은 가정보육사로 구분해 20시간 이상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을 마친 뒤 일을 시작하게 한다. 전국 11개 지부가 있는데 지부마다 등산모임, 시 모임 등 소모임도 있다. 소개업체처럼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직업소개업체와 계약형태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작년부터 가정관리사도 근로계약서를 쓰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6월 16일 국제가사노동자의날 선포식을 가질 계획이다. 그때까지 현장에 있는 가정관리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구체적인 노동조건에 맞는 근로계약서를 만들고 있다. 유료 직업소개업체들도 세부적으로는 이견이 있지만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직업소개업체보다 좀 더 일을 전문화하고 표준화하려고 한다.”

아직 사람들에게 가정관리사라는 용어가 낯선 것은 사실인데

“그래서 언론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아줌마’, ‘파출부’라는 용어가 아직도 등장하고 있다. 재작년에 방영한 ‘수상한 가정부’라는 드라마도 있었는데 SBS에 항의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건너온 드라마라서 드라마 제목이 바뀌진 않긴 했지만. 최근에는 SBS드라마 ‘달려라 장미’에서 가정관리사라고 표현하더라. 언론을 통해 인식이 변하는 것도 중요하고, 협회 차원에서도 가정관리사라는 표현을 알리는 캠페인을 계획 중이다.” 

   
▲ 윤현미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협회장. 사진=윤현미 협회장 제공
 

윤현미 협회장은 “종종 가정관리사들이 인격적으로 무시당해 울면서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가사 일은 누구나 적당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무급으로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막상 일을 하러 방문했는데 ‘다음 주에 와 달라’고 하거나 너무 늦게 연락해 서비스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용자들의 인식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정관리사를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다. 

현재 협회에서는 하루 4시간 근무와 8시간 근무로 나누고 휴식시간을 정하고 고객과 계약 시 세부 업무까지 정한 뒤 집 넓이에 따라(기준 40평) 서비스 요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일의 표준화를 통해 가정관리사의 노동조건을 보호해온 것이 지난 10여년의 성과다. 때문에 협회를 통해 일을 하는 가정관리사의 노동조건은 평균적인 가정관리사들 환경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협회에 소속되지 못한 대다수의 가정관리사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윤 협회장은 “4대 보험 등으로 당장 월급이 조금 줄어드는 것보다 오래할 수 있는 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가정관리사가 인정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 협회원들처럼 가정관리사들이 우리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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