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홈페이지 폐쇄 명령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사법부 판단 없이 방송통신위원회 직권으로 홈페이지를 폐쇄한 것을 허용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6일 대법원은 진보네트워크가 한총련 홈페이지 폐쇄가 부당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취급거부명령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의 대다수가 국가보안법상 금지 되는 내용에 해당한다”면서 “삭제 요청을 했음에도 전혀 시정되지 않는 데다 이 같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게재됐기 때문에 폐쇄 명령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가 게재됐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홈페이지 폐쇄는 일반적인 도메인차단과 다른 개념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레진코믹스의 사례는 외부에서 접근을 막은 것이지만 한총련 홈페이지의 경우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업체인 진보네트워크에 홈페이지 폐쇄를 지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홈페이지 폐쇄는 일반적인 접근 차단(블라인드)이 아닌 홈페이지 삭제를 뜻한다. 

   
▲ 폐쇄된 한총련 홈페이지(http://hcy.jinbo.net)화면.
 

사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1년 6월, 한총련 홈페이지에 웹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던 진보네트워크에 한총련홈페이지의 ‘이용해지(홈페이지 폐쇄)’를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홈페이지 심의 결과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한총련의 행위가 사실상 모두 불법이고, 홈페이지에 이적표현물을 게재하고 있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불법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2011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한총련 홈페이지 이용해지를 통보했고 진보네트워크는 이에 불복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진보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진보네트워크는 대법원 판결에 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두터운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행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인터넷 검열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후진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세계적인 지탄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아카이브(www.archive.org)에 남아있는 한총련 홈페이지. 2000년 이후 활동이 거의 뜸한 사이트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폐쇄됐다.
 

진보네트워크는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세한 판결문을 확인하고 후속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 사건은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지난 2012년 12월 24일부터 심리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는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웹툰사이트 레진코믹스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였다가 반발이 일자 조처를 보유하는 소동이 있었다.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차단된 2MB18nomA 트위터 계정은 여전히 대한민국 영토에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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