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공공아이핀 부정발급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비판하며 아이핀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행정자치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공공아이핀 부정발급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종합대책은 문제가 된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등의 단순 보안문제로 축소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주먹구구식 내용”이라며 “근본적 해결방안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아이핀 제도 폐지 △공공 아이핀 유출 피해자들에게 유출사실 통지 △민간 본인확인제도 재점검 △주민등록번호 폐지 및 변경 등을 요구했다.

지난 25일 행정자치부는 공공아이핀 대량유출 사건의 원인이 △시스템의 설계상 오류 △이상징후에 대한 관제체계 부재 △위탁운영기관의 관리역량과 전문성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행자부는 대책으로 △공공아이핀 보안강화 △시스템 전면 재구축 △공공기관사이트 회원가입제도 폐지, 아이핀 운영주체 이전 등을 통한 제도 개선 △유효기한 축소, 캠페인 등 환경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아이핀 홍보 플래시 화면 갈무리. 정부는 아이핀을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권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핀 역시 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유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아이핀 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행정자치부의 약속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주민등록번호제도 및 관련 대체수단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제도 때문에 발생한 일임이 명백하다”면서 “이미 공공재가 된 주민등록번호제도로 시민들의 생명, 신체, 재산에 치유할 수 없는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온라인상 대체번호로 유지하려고 한 것이 아이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공공아이핀 유출사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주민등록번호제도의 폐지”라며 “이것이 당장에 어렵다면 적어도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등의 제도 개선이 공공아이핀의 폐지와 연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정부의 대책에 민간아이핀에 대한 개선방안이 빠진 점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용자들은 공공아이핀과 민간아이핀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민간의 다양한 본인확인제도를 전혀 문제삼지 않고, 공공아이핀의 사용처만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대형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지난 19일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 진보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핀 대량유출에 따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들 단체는 정부가 당사자들에게 아이핀 유출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사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실련과 진보넷은 “행정자치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해킹에 의한 부정발급이라고 축소해석하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 사건은 개인정보유출사건으로 아이핀 유출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공공아이핀 대량유출사건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지역정보개발원이 관리하는 공공아이핀 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아 공공아이핀 75만건이 부정 발급돼 개인정보가 유출된 일을 뜻한다. 당시 지역정보개발원이 아이핀 유출 사실을 알고도 사흘간 쉬쉬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정부는 개인정보유출 차단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핀을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도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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