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침몰 5주기를 맞아 “북한의 잠수정에 의해 폭침당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사건의 진상에 대한 별도의 조사나 판단을 한 것은 아니라고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표나 의원들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제1야당이라는 공당으로서 5주기가 됐는데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5일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 상륙장갑차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피격했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밖에도 문 대표는 “당시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탐지해내지 못했다”며 “사전 탐지가 중요한데 지금은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재보선을 앞두고 신동근 후보가 출마하는 인천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연 자리에서 “5년 전 우리 영해를 지키다 순직한 영웅들이 있다”며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뜨리는 어떤 군사적 위협과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에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7년 동안 우리의 국방과 안보는 참담한 수준으로 무너졌다”며 “군대의 각종사건사고와 방산비리는 이 정권의 안보 의지와 능력을 의심케 한다…사상 최악의 안보무능, 사상 최악의 기강해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천안함 폭침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무능의 산물”이라며 “새누리당은 안보를 바로 세우는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고 종북몰이의 빌미로 삼아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궁리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천안함 5주기는 종북몰이가 아니라 그 이후의 더 해이한 군 기강과 안보태세를 점검하고 바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5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문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천안함 사건을 ‘폭침’이라고 주장했었다. 지난 2012년 12월 5일 TV토론에서 ‘천안함 폭침을 침몰이라 한다’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에 문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안보를 강조하지만 실제로 보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고 답했다. 또한 문 대표는 그해 11월 28일 대전역앞 유세, 12월 13일 방송연설,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도 ‘천안함 폭침’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2012년 4월 총선 전 이해찬 상임고문이 민주당 총선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정부발표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이용섭 의원이 황급히 말을 막았던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새정치연합의 입장변화는 오직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자신을 안보정당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2010년 당시 민주당은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 또는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2011년도에도 재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던 새정치연합은 이제 당 대표가 폭침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표를 위해서는 진실에 대한 검증은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은 별도의 천안함 침몰원인 평가와 내부적인 조사를 벌이지도 않고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사전에 논의를 했다”며 “언론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요구가 있고, 이미 당 논평에서도 ‘폭침’, ‘북한 소행’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는데다 당 대표가 바뀐 만큼 대표가 분명한 입장 말하는 게 좋다고 전해드렸다. 논의는 좀 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5일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사진=새정치민주연합
 

김 수석대변인은 최근에 이 같은 논의를 했다며 “과거 우리가 집권했을 때 안보는 더 잘했다는 자신감에 따라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며, 천안함 문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한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공당으로서,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라는 입장에서 (폭침)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5년 전 재조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새정치연합이 5년 동안 정부발표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냐는 질문에 김 수석대변인은 “그런 근거까지 논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보와 진실찾기와는 다르지 않느냐는 지적에 김 수석대변인은 “5주기가 됐는데, 그 의문을 꺼내는 것은 안맞지 않느냐”며 “특별한 것도 나온 게 없는데, 못믿는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야당이라도 안맞다”고 답했다.

결국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채 정부의 북한소행설에 동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굳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4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으로 옮겨진 천안함 함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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