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총량제의 핵심 내용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3월 24일 ‘동아일보’)
“광고총량제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3월 23일 ‘SBS 8뉴스’)

광고총량제를 두고 상반된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 보도에서 인용한 설문조사는 출처가 같다. 이들 언론은 자사에 유리한 응답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는 신문이 ‘자사이기주의식’ 보도를 통해 펼치는 여론전의 단면이다. 갈등은 한국방송협회가 조중동 등 신문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언론이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에 핏대를 세우면서도 공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고총량제는 광고를 종류별로 칸막이식으로 규제하는 대신 총량만 정해 자율적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총량제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종편을 겸영하는 신문을 중심으로 비지상파진영이 ‘지상파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4일 동아일보 기사.
 

언론은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했던 광고총량제 도입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상반되게 보도했다. 설문 결과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해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조금 더 우세했다. 53.4%의 응답자가 광고총량제 도입을 찬성했으며 46.6% 응답자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 광고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점을 언급한 후 광고총량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은 문항에는 66.8%가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광고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TV시청에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은 78%로 나타났다.

언론은 다소 상반되게 나온 응답 중 하나를 이해관계에 따라 부각시켰다. 이 같은 차이는 기사 제목을 통해서 드러난다. 지난 23일 MBC ‘뉴스데스크’의 해당 리포트 제목은 <“좋은 콘텐츠 위해 광고 필요”>다. SBS ‘8뉴스’의 리포트 제목은  <‘광고총량제’ 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이다. 지난 24일 KBS ‘뉴스광장’의 경우 <국민 절반 이상 찬성>을 리포트 제목으로 내보냈다. 

반면 지상파 광고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비지상파 진영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지난 23일 YTN의 해당 보도 리포트 제목은 <“광고총량제 도입되면 TV시청불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4일 <국민 78% “지상파 광고총량제 땐 TV 시청하는데 불편 커질 것”>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관련 사안을 3건이나 기사로 썼다.  <국민 78% “광고총량제 도입하면 방송시청 불편해질것”>, <지상파 프로그램 광고 허용시간 확대… 국민 66.8% “반대”>, <방통위, 잇단 지상파 편들기… 미디어 시장 육성은 손놓아>다. 

   
▲ 지난 23일자 SBS와 MBC메인뉴스(아래) 보도화면 갈무리.
 

이들 언론의 갈등은 자사이기주의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면전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주축인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3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보도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조선일보 등 4개 신문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인용하며 광고주의 81.7%가 지상파 광고비 충당을 위해 다른 매체 광고비를 줄일 의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광고주 중 19%가 지상파 TV 광고비 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타 광고를 지상파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그 중 81.7%였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자료를 잠깐 검토해도 확인이 가능한 단순한 오류들이 종편 겸영 신문사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강조됐다”면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ISDI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보도의 왜곡정도는 비지상파 진영이 심각한 편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3일 보도에서 지상파 광고총량제 문제를 거론하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한 민언련 입장의 핵심은 이번 개정안이 지상파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우리 성명서를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왜곡정도를 떠나 지속적으로 자사이기주의 보도를 했다는 측면에서 지상파와 비지상파 진영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자사와 연관 있는 내용일 경우 객관성 유지를 위해 언론이 노력해야 하는데 반대로 자사이익과 관련된 내용에 더 적극적으로 보도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조중동이 꾸준히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비판하는데, 그렇다면 역으로 종편의 광고혜택을 스스로 줄이고 정상적으로 광고를 규제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신들이 받은 특혜는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지난 13일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 보도에서는 일부 종편이 시민단체측 주장을 왜곡했다. MBN은 “지상파에 편중된 광고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단단히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시민단체들은 법 개정이 지상파 광고 급증으로 이어져 공공성과 시청권이 훼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공청회에 시민사회단체 패널로 참석했던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간접광고 규제완화 등이 시청권을 훼손하고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광고규제 완화를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같은 보도행태는 언론이 스스로 저널리즘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 방송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활용하는 공공재로서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할 공적 책무가 있는데 이를 저버리고 자사에 유리하게끔 보도하고 있다”면서 “더 크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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