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5주기를 앞두고 열린 천안함 재판에서 재판장이 국방부 등의 실제 어뢰 설계도면 비공개 방침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상세한 단계의 설계도면을 공개한다고 국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재판장은 합조단 보고서에 나와있는 어뢰 설계도면과 실제 어뢰의 일부 크기가 육안으로도 맞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재판장으로 부임해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위원(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명예훼손 재판을 맡은 이흥권 부장판사는 23일 공판에서 검찰에 이 같이 지적했다. 

이흥권 재판장은 신상철 대표의 재판이 지난 2010년 8월 기소된 이후 5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이 사건을 맡은 다섯 번째 재판장이 됐다. 신 대표의 천안함 재판에서 재판장은 애초 유상재 부장판사에서 2012년 박순관 부장판사, 2013년 최규현 부장판사, 2014년 유남근 부장판사를 거쳐 이번 이흥권 부장판사까지 매년 법원 정기인사 때마다 교체돼 왔다.

이 재판장은 천안함 5주기와 1심 재판의 장기화에 대해 “어느덧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며, 신상철 피고인도 2010년 8월 26일자로 기소돼 재판받은지가 벌써 5년 가까이 됐다”며 “신속하게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검찰의 신속한 천안함 선체 현장조사 요구에 이어 ‘어뢰 추진체’의 검증과 함께 어뢰설계도 원본 공개(사본 신청)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 대표측 이강훈 변호사의 제안과 관련해 이 재판장은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설계 도면이 우리 군의 도면이 아니라면 기밀로 분류할 필요가 있느냐”고 검찰측에 따져물었다.

합조단은 보고서 상(29쪽-그림 요약 3, 197쪽 그림 3장 8-5)에 어뢰 추진체와 설계도를 동일 크기인 것처럼 비교했으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제 어뢰 전부(前部) 모터에 비해 설계도상의 모터 크기와 형태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강훈 변호사는 “국방부가 조사결과를 북한제 어뢰가 바로 이 어뢰라는데 기반을 두고 발표했는데, 어뢰 설계도가 그 어뢰의 것인지을 보려면 실제 설계도가 필요하다”며 “보고서 상 그림을 보더라도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 설계도 사본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합조단이 주장하는 CHT-02D 어뢰 설계도와 실제 발견됐다는 어뢰추진체. 앞부분 실제 모터와 설계도상 모터 크기 및 형태가 상이하다. 사진=합조단 보고서
 

어뢰 설계도의 사본 보관여부에 대해 천안함 공판을 진행하고 있는 최행관 검사는 “국방부에 보관하고 있다고 본다”며 “(군에서는) 내부 정보공개 우려가 있어 전면 공개는 어렵다는 취지 답변했으며, 도면 자체는 이미 (보고서에) 비교할 수 있게끔은 공개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추가로도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날짜가 나오면 역추적을 통해 취득경위 등이 공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이강훈 변호사는 “군이 (설계도의) 파일을 공개하면 취득일자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으나 그런 부분 삭제하고 출력물로서 군사기밀이라고 할 만한 것을 공개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설계도로 (보고서에) 나온 어뢰가 문제의 어뢰 것인지, 실측 등을 해보기 위해서라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신 대표 측 김남주 변호사도 “설계도면이 (과연) 어디에 있었느냐부터 논란이었다”며 “군은 카탈로그에 있다고 했다가 CD에 있다고 번복해 (무엇을 보유했는지 자체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탈로그나 CD 등 모든 내용을 우리에게 제출해 이를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며, 북한 어뢰이므로 기밀 우려는 없을 것”이라며 “입수경위 노출될 정보가 있다면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공개하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아예 설계도면 자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제출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행관 검사는 “(국방부가) 공식 제출한 (설계도면) 원본을 우리가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가 제출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어뢰 모터 부분과 설계도상 크기와 모터가 다른 것에 대해 김남주 변호사는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도 과거 재판에 출석해 ‘왜 이것이 안맞는지’에 대해 합조단 내부에서도 커버가 있어서 설계도에 그려지지 않아서 문제일 수 있다고 증언했다”며 “실제 이 설계도와 모터 추진부와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흥권 재판장은 이를 두고 “육안 상으로도 좌우 비례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장은 “(합조단 보고서에 수록된 도면이) 개략적 도면인데, 그 다음 단계의 상세 도면을 공개한다고 국가이익을 침해할 우려는 없다고 본다”고 공개를 촉구했다.

이에 최 검사는 “지금 답변이 어려우니 군 관계자와 협의하겠다”며 다음 재판기일까지 상의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1번어뢰의 1번글씨. 사진=인터넷공동취재단
 

이와 함께 천안함 침몰 사고 현장을 촬영한 백령도 TOD와 관련해 이미 법원에 제출한 초소(238 TOD초소)의 동영상 외에 백령도 남쪽에 배치된 TOD 초소의 영상의 존재여부와 증거물제출에 대해서도 이흥권 재판장은 증거물의 사실조회 신청을 채택했다. 법원에 제출된 TOD 영상에는 사고순간은 촬영돼 있지 않다. 이 영상을 촬영한 초소를 포함해 백령도 해안가엔 모두 6군데의 TOD 초소가 있는데도 유일하게 사고순간이 없는 영상만 공개됐다고 신상철 대표는 재판장에 전했다. 변호인들은 (다른) 해당 TOD 초소 담당 초병 및 중대장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흥권 재판장은 이밖에도 증거제출(문서송부 촉탁)이 되지 않은 △초병 진술서 △2함대 사령부에서 실종자 가족에 설명한 작전상황도 △KBS 뉴스특보 방송 영상 등에 대해 계속 독촉해왔으며, 다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KBS 경우 공문의 신청이 보도본부 영상편집부로 돼 있다 보니 자체적으로 정식 접수가 안돼 회신이 어렵다는 답변이 와서 다시 내부규정에 맞도록 다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양연구원의 천안함 구조인양 지원백서의 열람 복사(등사)를 제한한 해군참모총장의 답변에 대해 이 재판장은 “외부적 공개 제한할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보안성 검토를 해달라는 취지로 해참총장에게 사실조회 형태로 물어보니 해참총장 답변이 추상적이어서 특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서 공개여부에 대해 변호인들은 검토해본 뒤 다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출석할 예정이던 군의관 김유훈씨는 출석하지 않아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남아있는 증인들은 대략 20명 가까이 되며,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해도 신희안(군인-합조단 대변인실), 문병옥(합조단 대변인), 서강흠(2함대사령부 대령), 조종설(합조단 총괄팀장), 신영식(카이스트 교수), 김갑태(합조단 중령), 윤덕용(합조단 민간측 단장), 노인식(충북대 교수), 송태호(카이스트 교수)와 생존장병들이 있다. 또한 피고인 신 대표 측이 신청한 증인의 경우 이헌규(UDT동지회), 박수원(감사원 제2사무차장), 이종인(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노종면(언론검증위 책임연구위원), 이승헌(미 버지니아대 교수), 서재정(국제기독교대 교수), 정기영(안동대 교수) 등 7명이다. 

   
백령도 TOD의 천안함 사고직후 추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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