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낙하산이 ‘또’ 안착했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됐다. ‘실세’가 절실한 케이블업계가 윤 전 수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3대기관장이 청와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정부가 지상파에 이어 유료방송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차관은 친여편향이 강했던 언론인이기도 하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19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회장으로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선출했다. 추인식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윤 전 수석은 케이블협회장 정식 공모 이전부터 청와대 내정설이 돌았던 인물이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2일 “민간단체의 장을 업계 자율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참모를 낙하산으로 내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윤 전 수석의 케이블협회장 선출을 계기로 정부가 언론장악의 폭을 넓히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블협회, IPTV방송협회, KT스카이라이프 모두 청와대발 인사가 장을 맡게 됐다. IPTV방송협회장은 이종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회장을 맡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친정권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낸다고 해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다”면서 “이번 정권에서는 청와대에서 바로 낙하산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신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으로 선출된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그는 YTN 재직 당시 여권편향 보도로 비판받은 인물이다.
 

케이블협회장 선출에 청와대 출신을 내정한 것은 선거보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부의 의도라는 견해도 있다. 추 사무총장은 “문제는 지금 이 시기에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온다는 점”이라며 “당장 재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에 총선이 있다. 선거방송을 운영하는 지역 SO사업자들을 관할하는 자리에 홍보수석이 온 건 누가 봐도 정치적 미션을 받았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전 수석은 전형적인 해바라기형 언론인이다. 윤 전 수석은 YTN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을 역임할 당시 ‘편향 보도’논란으로 YTN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MB ‘독도 발언’ 보도 누락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보도 축소 △BBK 보도 불방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논란 와중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방송 출연 등이 그가 보도국장 시절 발생한 일이다. 

청와대가 케이블협회장에 후보를 내정하면서 정권에 충성을 바치는 언론인에게 끝까지 자리를 보전해준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게 됐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윤 전 수석이 케이블협회장이 되면서 언론인이 권력의 유혹에 취약하게 만드는 통로를 만들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정치권력에 발탁될 수 있고, 일이 끝나고 나서도 ‘영전’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로고.
 

케이블협회는 순수 민간단체다. 협회장 인사에 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케이블협회는 윤 전 수석을 선택했다. 케이블협회는 “윤 전 수석이 기대 이상의 전문성과 열정을 지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케이블협회를 ‘장악’했다기보다 케이블협회와 정부가 ‘야합’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압적인 결정이라기보다 ‘실세’가 절실한 케이블업계의 요구를 충족시켰다는 이야기다. 

순수민간단체인 케이블협회가 윤 전 수석을 선출한 데에는 케이블업계가 겪는 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와 VOD가격 인상, 재송신 수수료 등을 두고 벌어진 분쟁이 장기화된 상황이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IPTV에 시장을 뺏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대를 걸었던 합산규제마저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청와대발 낙하산은 문제가 있지만 IPTV와 경쟁, 지상파와 분쟁, 그리고 추후 통합방송법 제정 과정에서 케이블업계에 힘을 실어줄 실세가 필요하다.” 한 SO관계자의 말이다. 

케이블협회장 선출이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뀌었는데 모순적으로 정권의 낙하산이 연이어 안착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케이블협회장은 본래 비공개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 지난 회장 선출 때부터 공모신청을 받고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통해 SO대표들이 표결로 결정하는 절차의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블협회의 첫 공개채용 결과 양휘부 케이블협회 회장이 선출된 바 있다. 그는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특보단장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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