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천안함 사고초기부터 어뢰 폭발론의 모순과 충돌 가능성 등을 제기했던 대표적인 해외학파인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가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정부의 어뢰설에 대해 “파탄났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지난 11일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천안함 5년 간 의혹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5년이 지나면서 합동조사단의 ‘북한 어뢰설’은 파탄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합조단이 바다 밑에서 수거한 ‘어뢰’와 천안함을 연결하는 유일한 물적 증거로 제시한 ‘흡착물’의 과학성에 대해서는 미국측 조사단도 의심을 가졌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안수명 박사의 노력 덕분에 일부나마 미국의 문서가 공개됐으며, 그 소수의 문서 조차도 5년전 저와 이승헌 교수가 주장한 것이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대표적인 합조단 발표의 모순으로 지목되고 있는 ‘흡착물질’에 대해 서 교수는 “이제는 ‘흡착물’이 폭발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제시된 그래프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조사해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6월 11일 국회 천안함 특위 3차회의에서 이기봉 당시 합조단 폭발분과장이 "최초에 발견하지 못했던 알루미늄 산화물을 추가조사를 실시한 결과 함수와 어뢰 흡착물질에서 발견됐다"고 번복했다. 사진=국회방송
 

서 교수는 과학자로서 지난 5년을 되돌아 보면서 미 국무부 고위관료와 만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천안함 사건 직후 워싱턴에서 국무부 고위관료와 만난 적이 있다”며 “‘과학적 진실’ (forensic truth)과 ‘정치적 진실’ (political truth)를 구분해서 말하며, 전자와는 상관없이 후자는 이미 확정되었다고 역설하던 것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학적 진실은 이미 밝혀져 있으며 학술논문도 여러 편 미국 학술지에 게재됐다”며 “이와 상반되는 ‘정치적 진실’을 억지쓰는 소수가 있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치적 진실’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서 교수는 전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은 국내정치를 보수화하는 결정적 전기가 됐다”며 “남북관계도 대화와 교류에서 단절과 냉각으로 돌아섰으며, 동북아시아에서도 협력을 기조로 하는 ‘동아시아공동체론’이 대결을 중심으로 하는 ‘신냉전적 대결’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및 국제정치의 변화가 천안함 사건과 맞물려 있다”며 “역으로 천안함 진실규명이 국내 및 국제정치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사고당시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로 재직하다 우드로윌슨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지난해부터 일본의 국제기독교대로 자리를 옮겼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1년 3월 천안함 1주기 토론회에서 합조단과 천안함 보고서의 모순을 지적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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