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맥도날드가 약 3만4000개인데 우리나라 치킨집이 4만개가 넘는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자영업자가 사는 길은 자영업을 그만두고 임금노동을 하게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나라 자영업자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565만2000명이다. 자영업자 5명중 4명은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이들은 언론에 의해 최저임금 인상의 공공의적이 됐다. 한국경제가 지난 10일 사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궁지에 모는 최저임금 인상론>에서 “수입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을 빼면 정작 자신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챙기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곳이 상당수”라며 “결국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나마 있는 직원조차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 한국경제 11일 사설.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최저임금이 올라야 해결된다는 입장이다. 알바노조 이혜정 사무국장은 “최저임금이 대폭 올라서 손님들 주머니가 두둑해져야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오른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말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또한 이 사무국장은 “자영업 창업의 80%가 대안이 없어서 창업을 선택했는데 이런 자영업자들이 임금노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진흥원, 중소기업청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을 하게 된 동기 중 “생계를 위한 다른 대안이 없어”라고 응답한 비중은 2007년 79.2%, 2010년 80.2%, 2013년 82.6%로 계속 늘고 있다. 

마포구에서 5년째 전집을 운영하는 신영재씨는 월급쟁이로 살다가 퇴직한 뒤 퇴직금을 투자해 권리금 1억5000천만원, 월세 175만원짜리 식당을 시작했다. 신씨는 “대한민국에서 50대는 노후보장도 안 돼 있고 일자리도 마땅한 게 없는 상황이었고, 식당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말했다. 통계마다 다르지만 평균 자영업자 3년 이상 생존비율이 25%정도 되는 것을 고려하면 꽤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인 신씨는 최저임금이 높아질지 노심초사하고 있을까? 신씨는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주고 있다. 파출부 소개소에서 주방 직원을 구하면 하루에 7만원을 지급하는데 시급으로 계산하면 6000원이 넘는다. 홍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순애씨도 초보자 기준으로 시급 6300원을 지급하고, 일을 잘하는 직원들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붙잡아두려고 한다. 

청계천에서 식당을 하는 박보연씨는 “알바사이트에 일당 8만원으로 구인글을 올려도 며칠하다가 관두는 사람이 많아 파출부 소개소를 이용하는데 종로쪽은 하루에 7만3000원, 마포는 7만원 정도로 가격이 정해져있다”며 “자영업자들이 무조건 낮은 금액으로 사람을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인력수급의 안정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출부 소개소는 최저임금과 비례해서 임금이 오르지는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 2013년 6만7000원이던 일당은 2014년 7만3000원으로 올랐고, 주말의 경우 일당 7만원에서 지난해에는 8만원으로 올랐다.  

   
▲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 맥도날드 청담점 앞에서 열린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알바노조)의 맥도날드 근로실태 설문조사 발표 기자회견은 체감온도 영하15도의 추위 속에서 진행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씨는 “임금이 낮으니까 고급인력(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이 들어오지 않아 인력난을 겪고있다”며 “장사가 잘되려면 임금이 높아야 하고 임금이 높아 고급인력이 들어와야 장사가 잘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식당을 하는 유필열씨는 “영세사업장에서는 대부분 사장도 함께 일해야 하며 직원들을 식구처럼 오래 데리고 있고 싶어한다”며 “당장 최저임금 얼마 오르는 거보다는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을 진정 위협하는 것은 치솟는 임대료와 권리금을 날린 채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신씨의 경우 5년전 175만원이던 임대료가 현재 세배가까이 올랐지만 그동안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 초기에 임대료와 권리금으로 3억 가까이 투자한 곳이기에 떠날 수 없었고, 임대인의 요구에 따르며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자 신씨의 임대인은 나가달라고 통보했고, 현재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다. 5년전 1억5000만원이던 권리금은 받을 길이 없고, 현재 권리금 시세는 3억5000만원 수준이다. 

민생연대 이선근 대표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구멍이 많아서 월세를 무턱대고 올려도 세입자들이 법적으로 방어할 방법이 없고, 임대인이 내쫓더라도 권리금도 못받고 쫓겨날 뿐”이라며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오르는 것에 대해서 크게 저항감이 없고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 약탈방지 규정이 생기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망해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장사가 잘되는 자영업자들은 임대인이 직접 운영하거나 혹은 더 높은 권리금을 받기 위해 쫓겨나면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다.
 
이 대표는 “카드사용량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도 투명지갑이 됐고, 카드수수료도 3%씩 꼬박꼬박 내야하는 상황”이라며 “쏟아지는 자영업자들간 경쟁도 치열한데 보호장치 하나 없는 자영업자들을 임대인이 다시 쥐어짜고 이번엔 언론에서 최저임금으로 알바생과 싸움붙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올해 3만달러 달성이 예측되지만 GNI중 가계소득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GNI중 가계소득 비중은 1995년 70.6%에서 2013년 61.2%로 9.4%P하락했는데 이는 OECD평균 하락폭 3.8p의 두 배가 넘는다. 기업의 이윤이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자영업자 소득이 침체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영업이익률은 1991~2000년 평균 10.4%에서 2001~2012년 1.5%로 추락했다.   

이 대표는 “결국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 최저임금을 높이고 소비시장이 살아나 자영업자들도 살아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장 직원 임금을 높이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있으면 한시적으로 차액을 국가가 지원해서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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