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봐주세요.” 웹툰 ‘조이라이드’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조선에 연재되면서 만화가 윤서인(42)은 가뜩이나 악명으로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어그로를 끌어모으는 보수 진영의 이데올로그가 됐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 연예인에 대한 성적 비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의 부모에 대한 비난 등 ‘조이라이드’의 성역은 없다. 만화를 ‘가볍게 봐달라’는 윤서인의 요구와 달리 그의 작품은 무겁게 다가온다.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약자에 대한 가혹한 비난을 날리기 때문이다.

윤서인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나 어버이연합과 같은 극우주의자와 비슷하면서 다르다. 아주대 노명우 교수(사회학)는 일베나 극우단체를 “내면화된 집단주의(국가주의)”로 규정하면서 “집단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판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윤서인은 한국사회를 일본사회와 비교하며 무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친일파라는 비판도 받는다.) 다만 윤서인은 집단주의로 치닫기 보다는 자유로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신자유주의 정서를 깔고 만화를 풀어간다. 

진지하지 않은 사람은 언뜻 나쁜 의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배우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 직후 ‘저승에서 죽었을 당시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 젊을 때 죽으면 저승에서도 좋다’거나 세월호 참사 직후 ‘세월호 선장, 관료사회, 대통령 등을 탓할게 아니라 자신의 삶부터 돌아보라’는 메시지는 자유롭고 철없는 만화가가 한번 던져본 얘기 같지만 어떤 의도가 보인다. 지난해 6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 치킨 쏜다’는 글로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던 것을 보면 그 의도는 명백해진다.  

윤서인의 만화는 논쟁의 지점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며 본질을 흐린다. 최근 윤서인은 ‘조이라이드’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빅맥지수를 언급하며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주장을 하자 “왜 한 시간 일하고 햄버거를 먹어야 하느냐”며 반박해 논란이 됐다.  각국의 상대적인 물가지수를 반영한 빅맥지수를 통해 한국의 최저임금이 낮다는 주장에 ‘빅맥 말고 더 싼 밥버거를 먹으면 된다는 말장난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댓글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생산적 논의는 싹트기 어렵다.

   
 
 

조이라이드가 다루는 주제는 선동의 결과물인 동시에 다시 선동의 효과를 가져온다. 윤서인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를 가리켜 “바로 사살해도 시원찮을 테러범을 수갑도 안채우고 이불 덮어 모시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자칭 ‘애국세력’의 ‘종북몰이’를 그대로 답습했지만 웹툰답게 참신한 지점을 찾아내 귀여운 이미지로 그려냈다. 

전형적인 선동가의 모습이다. 노명우 교수는 “우파의 선동은 달성하려는 목표가 있을 뿐 사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확신에 차서 반복적으로 주장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부터 ‘조이라이드’를 그려왔으며 한국경제에 실릴 때는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의 논리를 설파했고 프리미엄조선에 실릴 땐 사회문제의 원인을 구조가 아닌 개인 탓으로 돌리며 기득권을 성실하게 옹호해왔다. 

아이즈 위근우 기자는 자신의 칼럼에서 “기득권에 맞서는 저항의 목소리가 오히려 이젠 더 무서운 기득권이 됐으며, 자신은 이제 그 반대편에서 ‘우리 사회의 조용하고 상식적인 다수’를 위해 만화를 그리겠노라 천명한 것은 전형적인 보수매체의 논리”라며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논리. 얼핏 그럴듯하지만, 바로 그 자기 자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부당 해고 노동자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다 인격적 모독을 당한 경비 노동자의 자살 기도를 외면하기에 가능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비난하면서도 대중은 윤서인을 계속 소비하고 있다. ‘젊은층은 진보가 많고 중장년층은 보수가 많다’는 사실을 ‘나이를 먹으면 보수가 돼야한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처럼, 얼핏 들으면 맞지만 허점투성인 논리를 찾는 재미가 있다. 

윤서인이 꼭 틀린 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암세포도 생명”이라며 “암세포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 없앨 것 까진 없다. 암세포 역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남겼다. 프리미엄조선을 통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은 신자유주의자의 여유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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