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조사를 맡았던 토머스 에클스 미군측 조사단장(해군제독)이 한국 합조단의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폭발 버블주기 산출과 천안함 철판의 손상정도 등의 분석에 대해 의문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천안함 침몰원인 분석에서 어뢰 폭발 유형만을 시뮬레이션했을 뿐 좌초나 충돌과 같은 여타 원인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합조단이 ‘아닐 것 같아서’(unlikely)라는 이유를 제시한 것은 “불확실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안수명 전 안테크(미국 업체) 대표가 미해군을 상대로 4년 간 정보공개 소송을 벌인 끝에 받은 2000여 쪽에 달하는 일부 자료 가운데 에클스 제독이 쓴 이메일에 포함돼 있었다.

에클스 전 단장은 지난 2010년 7월 13일 한국 국방부 등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의 합조단의 보고서 초안에 대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네가지를 지목했다. 에클스 전 단장은 사고당시 음파감지소 11곳에서 감지한 1.1초 간격의 공중음파를 수중폭발시 발생하는 버블주기와 폭발규모에 연결지은 것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건당일 감지된 지진파와 공중음파 그래프. 사진=천안함 합조단 최종보고서
 

에클스 전 단장은 “(합조단의) 보고서는 (공중음파에 의한) 버블주기가 측정은 됐지만, 계산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 그 분석은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1.1초 간격의 공중음파)를 어뢰의 폭발량과 바로 연관시켰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보고서의 여러 부분에 계산에 의해 그 버블주기를 끌어내고자 시도한 것들이 있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며, 비판가들로부터 실제 세계의 사실들에 비춰볼 때 그 진실성에 의문을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클스 전 단장은 “(이는) 실제로 하등의 의문이 일어나지 않을 일임에도 그것은 폭발규모에 대한 의문들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수중에서 “폭약이 폭발할 때 2개의 음향파동이 발생하는데 첫 번째 파동은 폭약이 폭발시 발생하며, 두 번째 파동은 버블팽창 순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음파간격 1.1초는 수중폭발 시 발생하는 버블주기를 나타낸다”며 이런 측정 데이터를 근거로 윌리스(willys)의 공식을 적용해 버블주기에 해당되는 폭약량과 수심을 표로 제시했다(보고서 134쪽). 이 표를 보면, ‘버블주기가 1.1초일 때’의 곡선이 수심 9~10m와 폭약 250~260kg일 경우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제시돼 있다. 같은 버블주기일 때 수심 15m로 깊어지면 폭약규모가 360kg로 늘어난다. 한국팀의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TNT 360kg-수심 7m’로 나와있어 실제로 일치되지도 않는다.

더구나 합조단 폭발유형분과 위원이었던 황을하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지난해 9월 29일 법정에 출석해 보고서에 자신들이 실어놓은 표에 대해 “그건 미군측 조사결과”라며 “(버블주기) 1.1초로만 (폭약량과 수심을) 도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우연히 폭발현상이 있을 때 공중음파 1.1초라는 계측치를 건진 것일 뿐인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정확하게 맞는 것 같지 않다”며 “1.1초만으로 도출한 것이 아니라 이는 참고사항이며, (실제 폭발유형으로) 가능한 영역을 줄여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보정공식(전체 수심 등 다른 요인을 넣어 공식을 보정한 것)’으로는 정확히 1.1초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조단 보고서엔 공식을 보정해서 결론을 도출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는 “거기(버블주기 1.1초)에서 결론을 도출한 게 아니라서 넣지 않았다”며 “2차례 음파를 감지한 것으로 충분했다”고 주장했었다.

   
합조단이 윌리스 공식을 인용해 작성한 버블주기 곡선 그래프. 사진=합조단 보고서
 

무엇보다 에클스 전 단장은 이메일에서 침몰원인 중 수중폭발을 제외하고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논의(좌초, 충돌, 피로파괴 등) 역시 어색하다(awkward)”며 “비판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포맷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고서 도처에 있는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관련 섹션들에 대해 “가능성이 있는 침몰원인들(폭발 이외의 원인들)에 대해 보고서는 ‘아닐 것 같아’ 보였다는 이유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합조단) 여러분들이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 가능성 있는 침몰원인이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에클스 전 단장은 천안함 철판의 ‘디싱’ 현상(dishing:구조물의 골격과 골격 사이에 붙어있는 철판이 움푹 파인 현상)을 분석한 것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결론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50kg의 무기가 손상(측정된 데미지)을 어느 정도 야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데에 그(천안함) 철판의 디싱현상 분석들이 사용되지 않았다”며 “실제 측정된 데미지와 당초 예상됐던 분석에 의한 예상되는 데미지(측정된 데미지)의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결론의 하나를 사용하는데 실패했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천안함 인양 이후 절단면과 선저부분에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한 ‘외판 디싱(dishing)’과 ‘선체 휘어짐(bending) 현상이 관찰돼 종굽힘(whping)에 대한 내충격 전산모델(선체가 외부 충격에 견디는 힘을 산출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선체 절단을 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폭약량과 수심을 판단했다”며 “TNT 250kg이 가스터빈실 아래 수심 6~9m, 중앙에서 좌현으로 3m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에클스(왼쪽) 천안함 국제조사단 미군측 조사단장.
@연합뉴스
 

 

   
천안함 함미
 

[기사일부수정] 3월 17일 밤 11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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