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통신서비스를 별도로 구매하는 내용의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발의됐다. 시민사회단체는 완전자급제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통신비 인하효과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2일 ‘단말기 유통법 폐지’ 및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병헌 의원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지난 20년 간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가 결합판매 되면서 굳어진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와 법원 판결에 따르면 제조사와 통신사가 담합행위를 통해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려왔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제도적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사 및 통신 대리점의 휴대폰 판매가 금지된다. 일반 판매점에서는 휴대폰을 판매할 수는 있지만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유치가 금지된다.

   
▲ 서울시내의 한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전 의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 의원은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세계최고 수준인 반면 TV판매와 완전히 분리된 유료방송서비스의 경우 월간 평균 부담금액이 10.75달러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판매 분리를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는 ‘단말기 마케팅’이 아니라 서비스 및 가격 인하 경쟁을, 단말기는 출고가가 아닌 소비자가격으로 판매되는 시장으로 유도하게 된다”고 밝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은 단말기유통법 폐지조항을 담고 있다. 전 의원은 “단말기유통법은 원천적으로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결합판매를 법적으로 고착화시킨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위해 결합판매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단말기유통법의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통신업계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법안이 이제 발의된만큼 특정한 입장을 취하긴 힘들다”면서도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 법의 맹점이 있다면 보완하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세한 대리점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CBS 노컷뉴스
 

지난해 12월 단말기유통법 토론회에서 배상용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자급제는 저희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대기업 없이 작은 유통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과 개통하는 것을 따로 해야 하는 점이 구조적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통신시장에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법안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단말기가격의 폭리를 제거할 장치가 없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내부논의를 거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함께 논의됐던 요금인가제 폐지 논의는 미뤄질 전망이다.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요금인가제 폐지는 이번 법안에 담겨있지 않다. 추후 별도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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