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선보상제’를 운영했던 통신3사가 과징금 34억 원을 부과받게 됐다. 통신3사는 경쟁업체의 서비스를 불가피하게 따라했다며 ‘네 탓’공방을 벌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중고폰 선보상제’를 운영했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과징금 34억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과징금 액수는 LG유플러스 15억9000만 원, SK텔레콤 9억3000만 원, KT 8억7000만 원이다.

방통위는 사실조사 결과 통신3사의 ‘중고폰 선보상제’는 △공시지원금 초과지급 △고가요금제 가입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등 이용자 차별 △구체적인 반납조건에 대한 불명확한 고지 △모호한 선보상 기준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중 보조금 과다지급과 보조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은 각각 ‘단말기유통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라고 방통위는 판단했다.

   
▲ 지난해부터 통신3사는 ‘프리클럽(SKT)’, ‘스펀지제로플랜(KT)’, ‘제로클럽(LG유플러스)’이라는 이름으로 중고폰 선보상제를 시행했다. 사진은 LG유플러스의 중고폰 선보상제인 ‘제로클럽’ 광고화면.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과징금 책정에는 해당 통신사가 공시지원금을 어느 정도로 초과했는지, 중고폰 선보상제 가입자가 어느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방통위가 사실조사를 시작한 직후 ‘중고폰 선보상제’를 폐지한 SK텔레콤과 KT는 과징금을 50%씩 감경했으며 LG유플러스는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한 바 있어 과징금을 30% 감경했다”고 말했다.

‘중고폰 선보상제’는 휴대폰을 구매할 때 18개월 후에 반납하는 조건으로 구매 휴대폰의 중고가격을 책정해 미리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통신3사는 ‘프리클럽(SKT)’, ‘스펀지제로플랜(KT)’, ‘제로클럽(LG유플러스)’이라는 이름으로 ‘중고폰 선보상제’를 시행했다.

방통위는 ‘중고폰 선보상제’를 통해 지급받게 되는 중고휴대폰 보상금이 예상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는 등 우회보조금이라고 판단, 지난 1월14일 사실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지난 1월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나서자 SK텔레콤이 1월 15일, KT가 1월 22일  ‘중고폰 선보상제’ 운영을 종료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2일  ‘중고폰 선보상제’를 폐지했다.

   
▲ 통신 대리점. ⓒ연합뉴스
 

한편 의견진술을 위해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통신3사 관계자들은 경쟁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비판 받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다른 회사의 중고폰 선보상제를 불가피하게 따라가게 됐다”면서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나서자 가장 먼저 선보상제를 종료한 곳이 SK텔레콤”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KT 관계자 역시 “LG유플러스가 사업을 강행함에 따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물귀신작전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통신사의 후보상 프로그램을 참조했다”면서 “후보상 프로그램 역시 특정 요금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불가피하게 다른 회사의 정책을 따라갔다는 말은 이전부터 많이 하던 이야기인데 불가피한 사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SK텔레콤 관계자에게 “전임자들이 이 자리에 와서 다른 사업자를 불가피하게 따라갔다고 늘 말했다”며 “불가피했다는 식의 소명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선보상제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일은 선보상 혜택을 특정 고가요금제와 연결시키거나 중고폰을 반납할 때 조건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 불법행위를 했던 게 문제였다”면서 “이런 문제를 시정해 ‘중고폰 선보상제’를 시행하는 경우는 위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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