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18개, 해외 3개 대학에서 1344명의 학생들이 지난달 대학 내 경찰진입과 학내사찰의혹, 학생연행에 항의하는 뜻을 모아 9일 오후 경찰청에 전달했다. 이날 대학생 10여명은 경찰청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전달하려다 서대문 경찰서 병력에 가로막혀 20여분간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4일 서강대에서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서강대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캠퍼스 내에 경찰을 투입한 사건, 같은달 11일 구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성공회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사찰한 사건, 같은날 저녁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던 청주대 총학생회장이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들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학교 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1주일간 서명을 받았다. 1주일간 대자보항의는 서강대, 성공회대, 경희대 등 서울 뿐 아니라 성균관대 수원, 가톨릭대, 영남대, 대구교대 등 전국 대학으로 퍼졌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 “학교에서 경찰들 나가라” 잇단 대자보 시위]

   
▲ 9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학내 진압경찰투입과 학원사찰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경찰청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하자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지난해 여름 경북대학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하려고 하다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에 학위 수여가 무산된 예도 있다. 경북대는 안정적인 국가경영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에게 학위를 수여하려 했다. 경북대교수회와 총학생회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고 국정원 대선개입문제나 민간인 불법사찰 등 의혹이 있는데 학위를 주면 경북대 구성원의 긍지를 추락시킨다며 반대했다. 경북대는 지난해 7월 학위 수여를 보류해 사실상 학위 수여를 무산했다. 

명예박사학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홍성열 회장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5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해 고려대는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당시 고려대 학생들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 ‘노동탄압 박사’, ‘박사학위 돈 받고 파는 학교’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고, 삼성그룹 임직원과 재계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하려던 학위수여식은 두시간 지연된 뒤 이사장실에서 약식 행사로 대체됐다. 당시 이 회장과 그의 가족은 삼성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학교를 오갔지만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 9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학내 진압경찰투입과 학원사찰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경찰청장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하자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서강대 이가현 학생은 “지식과 학문의 전당이자 자유민주주의의 보루인 대학에 경찰이 들어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길을 막았다”며 “깨끗한 경찰·유능한 경찰·당당한 경찰·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희망의 새 경찰(경찰청 홈페이지에 나온 슬로건)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학내 진압당시 학생들과 경찰의 몸싸움 과정에서 네 다섯명이 넘어지고 기물이 파손됐으며 마리오아웃렛 해고노동자 한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우는 달랐다. 학생들로부터 “70년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 “유신독재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서강대 학생들 10여명과 마리오아울렛 해고노동자 6명은 홍 회장이 정규직 직원을 권고사직 통보하고 외주화하거나 고용노동부로부터 수당 3억6000만원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명예학위 수여를 반대했다. 그러자 서강대 인사총무과 직원이 경찰을 불렀고, 경찰 80여명이 캠퍼스 안으로 진입했다. 

경찰의 캠퍼스 내 진입은 16년 만이다. 1999년 4월 서울지하찰노동조합이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며 서울대학교와 명동성당에서 파업할 당시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캠퍼스 내 경찰병력 투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신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교회·성당과 같은 종교단체와 학교에는 공권력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마리오 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제학 명예박사수여식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을 막기 위해 경찰 병력 80여명이 캠퍼스 내에 투입된 모습. (사진 = 노동당 제공)
 

대학생들은 대학 내에 경찰이 들어와 사찰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지난달 11일 구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성공회대 학생복지처 직원에게 성공회대 사회과학대 이장원 학생회장의 신상정보를 묻는 등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장원 학생회장은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수배된 상태도 아닌 민간인을 사찰했다”며 “주변사람들에게 위험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심어주고,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주대에서는 등록금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을 경찰이 강제연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청주대는 등록금과 학내 구조조정, 재단전입금 문제로 총학생회와 학교 측이 갈등중이다. 이에 청주대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11일 청주대 김윤배 총장과 면담을 위해 한 음식점을 찾았다. 소란이 커지자 음식점 사장은 경찰에 신고했고 청원경찰서는 경찰 50여명을 투입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음식점 사장의 요구에도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경찰에 연행돼 경찰서로 인계됐고 4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앞서 지난 1월말 김총장이 경찰서장 등을 만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경찰자료 중에는 학교 측에서 학생들을 촬영해 넘긴 사진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비판했다. 청주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등록금회의록 조작 여부에 대해 문제제기 중이다. 박 총학생회장은 “아직 별다른 면담이나 사과는 없었다”며 “학교가 학생회 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총학생회장은 “경찰의 개입은 경찰의 불신을 키우는 것”이라며 “과잉수사 이후 어떻게 경찰의 공정성을 확보할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 9일 오후 경찰청 앞에서 학내 진압경찰투입과 학원사찰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경찰청장에 항의서한을 전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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