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진보네트워크(진보넷)가 9일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해 보험사에 팔아 수익을 챙긴 홈플러스를 상대로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 1월 30일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통해 응모 고객의 개인정보를 고의로 빼내 보험사에 팔아 1건당 1980원씩 수익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고객 개인정보 총 2406만여건을 불법수집·판매해 약 23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일부 회원들은 회원가입 시 자신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홈플러스는 이를 무시하고 고객 개인정보를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2011년말부터 2014년 7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서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응모권에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까지 적어내도록 했다. 이를 기입하지 않은 고객은 경품추첨에서 제외했다.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경품행사에서는 응모권에 이름과 연락처만 쓰면 되지만 홈플러스는 굳이 불필요한 정보까지 요구한 것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2월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 회장과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을 소환조사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험사에 판매한 혐의로 전·현직 홈플러스 임직원 6명과 홈플러스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회원 정보를 제공받은 보험사 2곳의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일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사건 인지 직후 모든 경품행사를 즉시 중단했고, 문제가 된 경품은 모두 재추첨해 고객들에게 지급 완료했다”며 “더 많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이에 경실련은 “형식적인 사과”라고 비판하며 “유출된 개인정보의 항목, 홈플러스의 대응조치 및 피해 구제절차 등 피해사실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알릴 것”을 요구했다. 

   
▲ 홈플러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경실련과 진보넷은 이날 홈플러스와 보험회사들에게 신속한 피해배상, 유출통지, 개인정보 열람청구 절차 마련, 고객 개인정보 보험회사 사용 중지 등을 요구하는 집단분쟁조정을 접수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이번 집단분쟁조정에는 홈플러스 일단 고객 81명이 참여했다. 집단분쟁조정이란 50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동일하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조정절차에 참가하지 못한 소비자도 사업자가 조정결정 내용을 받아들여 보상계획서를 제출하면 보상계획서에 따라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들의 주장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즉각 배상하라 △주민번호의 변경을 즉각 허용하라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 수집·공유를 허용하는 관련법들을 즉각 개정하라 △개인정보 유출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소비자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라 등 4가지다. 

집단 소송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많은 수의 피해자와 소액의 피해규모로 인해 개인이 소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사용한다. 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단체는 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홈플러스 회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인단을 모집한다. 참여비용은 1만원이고 청구금액은 1인당 30만원이다. 홈플러스 카드나 홈플러스 홈페이지 나의 회원정보를 통해 홈플러스 회원임을 입증할 자료를 소송신청 페이지를 통해 낸 뒤 참여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일부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 10개 소비자단체도 홈플러스에 대해 집단분쟁조정신청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참여할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1차 원고인단은 오는 13일까지 모집하고 소송 참가금액(1만원), 청구금액(30만원)은 경실련이 진행하는 소송과 같다. 

이번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의 피해자 홍명근(29, 남)씨는 “지난 통신사 유출 때도 혹시나 했는데 정보가 유출됐고 카드사 유출사건 때도 설마 했는데 또 유출됐다”며 “이제는 유통업체에서도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홍씨는 “홈플러스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중 내 정보가 있는지 확인조차 해주지 않는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당연하게 여기는 대기업의 횡포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씨는 “이렇게 파격가(1980원)로 내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갈 줄 알았다면 (홈플러스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대기업의 행태가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PR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히 개선하겠다”며 “다만 업계에서 유사하게 진행하는 마케팅 활동을 범죄행위로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과정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과 개인정보 보안을 위한 내부점검 시스템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실행하겠다”며 “제휴사업의 적법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고객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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