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보고받았음에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위는 부인하고 있지만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했으며 한 차례 보완을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2월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 김재철 미디어다양성정책과장은 지난 1월 열린 통합시청점유율 공청회에서 “2월 중으로 자료가 취합된다. 그때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공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통합시청점유율은 2016년부터 도입되는 새로운 시청률 집계방식이다. 실시간 TV시청 뿐 아니라 VOD,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청도 시청률에 통합해 반영한다. 조사방법과 비율 등에 따라 광고단가책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사, 종편 및 유료방송, IPTV 등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방통위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기관에서 자료 취합을 끝내지 못해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자료를 이미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금준경 기자
 

방통위 김재철 미디어다양성정책과장은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아니라 닐슨코리아가 조사를 하는데 닐슨코리아에서 자료 취합이 끝나지 않아 결과자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3월 중순쯤 취합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닐슨코리아가 처음 하는 일이라보니 자료취합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디어다양성위원회의 비공개회의가 열렸는데, 조사결과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김 과장은 “통합시청점유율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 관계자의 말은 방통위의 입장과 달랐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이미 방통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해외출장 중이라 보고절차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 참석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장 간 상황이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방통위가 통합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후 보완을 요청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자료 부실에 따른 비판을 의식해 2월로 예정된 결과발표를 미뤄가며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월 조사를 마쳐 방통위에 보고 했는데 이후 방통위가 조사결과에 대해 일부보완을 요청해 다시 보완한 자료를 최근 제출했다”고 말했다. 보완내용에 관해 이 관계자는 “아직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좀 더 디테일한 추가자료가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결과자료를 단 한번도 제출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미디어다양성위원회 회의에서 통합시청점유율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방통위 김 과장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에 참석한 한 미디어다양성위원은 “통합시청점유율 관련 논의를 했으나 어제 회의 때 창구를 일원화하라고 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통합시청점유율 기초자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한편 지상파방송, 종편 및 유료방송, IPTV등 이해관계 당사자들은 현재 통합시청점유율에 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방통위가 업계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IPTV업계는 통합시청점유율 도입 자체는 찬성하지만 VOD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IPTV는 보통 VOD의 시청률을 4주 정도로 측정하는데 방통위는 1주일로 한정했다. 이 경우 콘텐츠가 무료로 전환된 이후의 시청률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1월 통합시청점유율의 VOD 합산기간을 1주일로 한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tvN 드라마 '미생'포스터. 지난달 종영한 '미생'의 경우 평균 시청률이 7.4%로 집계됐지만 20~30대 시청자가 많아 통합시청점유율을 도입하면 시청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tvN
 

지상파방송은 비실시간 시청 합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상훈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 차장은 “도입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실시간 시청률과 실시간이 아닌 VOD의 시청률이 합산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서 “제대로 된 조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종합편성채널과 YTN등 보도채널은 공공기관 등 옥외수신도 시청점유율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통합시청점유율이 광고 단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계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다. 자사에 유리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이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안을 도입해야 하고, 동시에 업계 눈치를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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