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또 다시 종북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민운동가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일이 계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씨를 ‘종북’으로 규정했다. 조중동은 사설에서 “배후세력 색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신문은 김씨와 진보세력, 북한과 연계된 관련 정보를 쏟아내 그의 종북성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개인정보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부각됐던 ‘아이핀’이 대거 해킹당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은 이 사실을 알고도 3일간 쉬쉬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행사 특별지면을 선보였다. 총 6쪽 분량이다. 세계적인 신기술을 소개하기보다 우리 대기업 ‘자랑’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의 신제품 출시를 두 지면에 걸쳐 소개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다룬 지면은 한쪽 뿐이었다. 

다음은 6일 조간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습격당한 미국대사 “같이 갑시다”>
국민일보 <‘미국의 얼굴’ 서울 한복판서 테러 당했다>
동아일보 <종북, 한미동맹을 테러하다>
서울신문 <테러당한 한미동맹… 피습 미 대사 “같이 갑시다”>
세계일보 <초유의 미 대사 테러… 그래도 한미동맹 굳건>
조선일보 <한미동맹 찌른 종북테러>
중앙일보 <한미동맹이 테러당했다>
한겨레 <미국대사 피습… 흉기가 된 ‘극단적 민족주의’>
한국일보 <한미혈맹, 칫빛 테러 당했다>

다시 시작된 조중동의 ‘종북몰이’ 칼춤

시민운동가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칼을 휘둘렀다. 지난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의 조찬 강연회 자리에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면 머리기사 표제에서 김씨를 ‘종북’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신문은 김씨의 과거 전력을 뒤져 진보세력, 북한과 연관성을 찾는 데 몰두했다. 동아일보는 김기종씨를 ‘종북성향의 인사’라고 표현하며 “김씨는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자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종북 인사 황선씨가 현재 이사로 있는 주권방송 창립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그가 북한의 선전선동에 동조해 칼을 휘두른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동시에 북한의 논평을 언급했다. 지난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이들 신문은 김씨가 여덟 차례 북한을 방문한 점과 ‘종북성향’을 연결지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여덟 차례 북한을 방문한 경력이 있는 김씨가 자발적으로 테러를 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 연계된 배후세력이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김씨의 방북에 노무현 정부까지 끌어들였다. 이 신문은 “김씨는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민족화합운동연합’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8차례 방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에서 “김씨는 북한을 여덟 차례 다녀왔다고 한다”고 썼다.

   
▲ 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김씨가 방북 이후 극단적 활동을 벌였다면서 방북과 극단적 활동의 ‘인과관계’를 설명했다. 특별한 근거는 없었다. 다만 “방북 이후부터 김씨의 활동을 극단적으로 흘렸다”는 것이다. 

이들 신문은 배후를 찾는데 주력하기도 했다. 김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단체에까지 ‘종북몰이’를 번지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김씨가 이날 테러 현장에서 외친 구호는 북의 주장과 판박이”라며 “이번 사건이 김의 단독 범행인지, 아니면 북을 비롯한 배후세력이 존재하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민족주의자, 확대 해석 말아야”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는 김씨를 극단적 민족주의자로 규정했다. 근거 없이 배후세력을 운운하며 확대해석하는 일을 경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김기종씨는 그동안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그는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인물로 추측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며 “여권 일부에서 친북, 종북 등을 거론하며 이번 일을 빌미 삼아 공안몰이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김씨가 5년 전에도 일본 대사에게 돌을 던져 구속된 전력이나 과거의 활동 등을 보면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개인적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종북 프레임 등 불필요한 이념 논쟁으로 번져 소모적인 갈등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주민번호 대안? 아이핀도 뚫렸다

아이핀마저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지역정보개발원이 관리하는 공공아이핀 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공아이핀 총 75만건이 부정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정보개발원은 이 사실을 알고도 사흘간 쉬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등록번호의 보안문제가 대두되자 정부는 개인정보유출 차단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핀을 대체수단으로 권장한 바 있다. 아이핀은 최근 들어 사용량이 급증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카드 3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을 계기로 주민번호 무단 수집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가입자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부정 발급된 아이핀 가운데 12만 건은 게임 사이트 3곳에서 신규 회원 가입 등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공공 아이핀 시스템을 긴급 점검하는 한편 전면 재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이 아이핀이 노출된 사실을 알고도 쉬쉬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부실한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전망이다. 

   
▲ 6일자 경향신문 기사.
 

 

“낯 뜨겁다, 한겨레”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가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한겨레는 특집 지면 여섯면을 할애해 행사를 기사화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신기술에 대한 탐구와 소개보다는 우리 대기업에 대한 낯 뜨거운 칭찬 일색이었다.

첫 지면은 갤럭시S6 소개 기사다. 삼성의 신제품 소개에 두 지면이 전면으로 활용됐다. 표제는 <“아름답다, 갤럭시S6”>다. 한겨레는 “(MWC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였다”고 밝히면서 외신들의 칭찬을 소개했다.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도 긍정적 평가에 치중했다. 한겨레는 “갤럭시S6, 엣지는 우선 외관에서부터 기존 갤럭시와 차별점을 보인다”고 밝혔다. “알루미늄6013은 잠수함이나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소재로 쉽게 구부러지거나 스크래치 나지 않고, 코닝의 고릴라글라스4라는 업계에서 가장 강한 유리 소재”라는 삼성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외에도 특집지면은 LG워치에 대한 소개기사, KT황창규 회장과 SKT 장동현 사장 인터뷰로 채워졌다. 신기술을 소개하는 기사는 5면에 배치됐으며 중소기업 관련 기사는 6면에 배치됐다. 우리 기업이 세계적인 행사에서 호평을 받은 일을 소개하는 기사는 문제될 것 없다. 다만 삼성과 LG 등은 언론의 유력한 광고주라는 점이 중요하다. 광고주와 연관된 기사에 특집 지면을 활용하면서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언론을 향한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 6일자 한겨레 특집지면.
 

 

(원래 제목은 <스페인 간 한겨레, 삼성 특집 깔고 “아름답다 갤럭시S6”>였으나 MWC 특집일 뿐 삼성 특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편집자주, 3월6일 오후 2시5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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