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 캠퍼스에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달 벌어진 경찰의 학내 병력투입과 감시사찰에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4일 서강대 캠퍼스에 마포경찰서 병력 80여명을 투입했고, 지난달 11일 구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성공회대 학생회장 사찰했다. 같은날 저녁 청주대 총학생회장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대학생들은 이 사건들에 항의하는 서한을 오는 9일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보낼 예정이다. 이들은 경찰청장에게 △학원사찰 및 진압경찰 투입에 대한 사과 △현재까지 대학생 사찰내역 공개 △대학교 내 경찰 투입과 학생사찰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할 예정이다. 대학생들은 서강대, 성공회대, 청주대를 비롯해 경희대, 연세대 등에도 대자보가 붙었고, 다른 대학 구성원들에게 연서명을 받고 있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마리오 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제학 명예박사수여식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을 막기 위해 경찰 병력 80여명이 캠퍼스 내에 투입된 모습. (사진 = 노동당 제공)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마리오 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제학 명예박사수여식이 있었다. 마리오아울렛 해고노동자 6명과 서강대 학생 15명은 이날 “정리해고·임금체불 하는 기업회장에게 명예 학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학위 수여식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했다. 이에 서강대 인사총무과 직원이 부른 경찰이 학생·시민들의 통행을 막아섰다. 학생 네다섯 명이 넘어지거나 경찰 여러 명이 여학생 한명을 막아서는 등 충돌도 발생했다. 마리오아울렛 해고노동자 한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서강대 이지현(정치외교학과 14학번) 학생은 학내 대자보를 통해 “홍성열 회장이 서강대 학위를 받기 부족한데 그가 명예학위를 받아 서강대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정리해고하고, 고용증대 약속을 저버리고 3억6000원의 체불임금을 쌓은 사람을 명예롭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지현 학생은 “학교에 경찰이 들어왔다는 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며 “지난 4일에 이어 3일 후인 7일에도 사복경찰을 포함한 경찰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왔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7일 서강대에서는 알바노조 총회가 열렸다. 정상적으로 강의실을 대여해 열린 모임이었다. 이날 총회를 마치고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매장을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 캠퍼스 내 경찰투입과 학원사찰에 항의하는 대자보가 대학 캠퍼스에 붙어있다. 사진은 서강대 학생의 대자보. (사진 = 서강대 이지현 학생 제공)
 

지난달 11일 서울 성공회대에서는 구로경찰서 정보과형사가 성공회대 이장원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사찰했다. 이날 경찰은 성공회대 학생복지처 담당직원에게 이장원 학생의 연락처와 이 학생과 연락이 되는지 등을 자세하게 물었다. 학생복지처 직원은 학생의 개인정보라며 바로 알려주지 않았고, 학생의 의사를 묻겠다고 답했다. 

이 사실을 직원에게 듣게 된 이장원 학생회장과 성공회대 총학생회는 “경찰당국이 특정학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는 그저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한낱 소문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은 경찰의 너무나도 대담하고 적나라한 민간인 사찰이자 학원개입” 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학생회장은 “화도 나지만 주변 친구들이 많이 걱정했다”며 “왜 이런짓을 해 주변사람들을 걱정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저녁 충북 청주대에서는 박명원 총학생회장이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청주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인적 구성이 학교 측에 유리하게 돼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난 1월부터 학교를 상대로 투쟁해 민주적인 등심위 인적구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학교측에서 등록금 회계지출을 거부하고 등심위회의록 조작을 시도했다며 청주대  학생들은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기 위해 총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심각한 문제임에도 면담을 수차례 거부해 총장을 찾아갔는데 11일 저녁 연행했고 이례적으로 경찰서장까지 찾아와 입건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박 총학생회장 등 학생 10여명은 김윤배 이사(전 청주대 총장)을 포함해 청석학원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한 식당에 찾아가 면담을 요구했고, 청원경찰서는 서장과 기동대, 형사대 등 50여명이 출동해 박 총학생회장을 연행했다. 박 총학생회장은 “(음식점)사장이 와서 처벌을 원치않는다고 했지만 불구속 입건까지 했다”며 “학교내 일을 경찰에까지 신고한 학교당국은 학생자치활동을 억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강대에서는 마리오 아울렛 홍성열 회장의 경제학 명예박사수여식에 반대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을 막기 위해 경찰 병력 80여명이 캠퍼스 내에 투입된 모습. (사진 = 노동당 제공)
 

세 학교 뿐 아니라 캠퍼스 내 경찰투입과 학원사찰에 문제를 느낀 대학생들은 각 캠퍼스 대자보와 온라인 항의서한을 통해 지난달 사건을 알리고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성공회대 이장원 사회과학대 총학생회장은 “회의 민주주의 수준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경찰이 사회적 최소선을 계속 침범하면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경찰청장에게 항의서명을 전달하고 민간인사찰과 대학 개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직접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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