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 세대(달관세대)라는 말이 등장한 일본의 최저임금은 우리나라(5580원)의 1.5배 수준이다. 지난달 23~25일 보도된 조선일보 달관세대 기획기사처럼 덜 일하면서 행복하려면 최저임금을 받아도 생계가 유지돼야 한다. 지난해 일본은 최저임금이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현재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의 경우 888엔(약 8200원)이다. 일본은 지역별 산업별로 최저임금이 따로 있고, 지역별로는 크게 4등급으로 정해져있는데 물가가 높은 도쿄, 오사카 등은 최저임금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유학했던 조강래(27, 남)씨는 달관세대를 위해서는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전제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유학 당시 고기집에서 일했는데 시간당 8000원 이상을 받았다”며 “이것도 도쿄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조씨는 “일본은 최저임금이 높고 알바를 하더라도 한국과 달리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쉽게 잘리지 않고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그런 조건이라도 되니 우리랑 다르게 그나마 프리터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터란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터의 일본식 약칭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파트타임 직업을 여러 개 구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1990년대 일본의 경기침체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현재는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얻은 하헌영(28, 남)씨는 한때 달관을 꿈꿨다. 사무직 알바를 하며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높은 물가와 낮은 임금은 알바인생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씨는 결국 1년만에 공부를 포기하고 정규직 취업을 선택했다. 하씨가 사는 서울 신림동 두평 남짓 작은 방에만 월세 38만원에 공과금 10만원 등 50여만원이 들어간다. 거기에 휴대폰과 인터넷 등 통신비와 생활비를 추가하면 알바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     

   
▲ 낮은 최저임금과 높은 물가수준은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한다. 영화 <카트>의 한장면.
 

 
2015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사용자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측은 6700원, 사용자측은 5210원(동결)을 제시했다. 4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노(5990원)사(5320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익위원들이 5580원을 제시했고, 표결을 통해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표결 당시 사용자측 위원들은 5580원(인상률 7.1%)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알바노조 이혜정 사무국장은 “매년 그래왔듯이 올해도 재계는 동결을 주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임금인상 요구율을 17.1%(월 25만원정도)로 결정했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연대 등 연대단체들과 함께 논의를 통해 노동자 측 최저임금 인상요구안을 정할 예정이다. 아직 알바연대 등 연대단체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3월말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요청안을 접수하고 4월부터 90일간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합의해 6월 29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심의결과를 제출한 뒤 8월 초 최종결정한다.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일자리도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소득자는 400만명이 넘는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경우라도 없애자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달 25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수습직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1년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수습직원의 경우 최대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조선일보 달관세대 기사.
 

지난 2013년 알바연대 등 시민사회는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를 발족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수도권청년유니온이란 단체를 만들고 최저임금 1000엔(약 1만원)을 주장해왔다. 서울시는 광역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생활임금(6582원)을 도입했다. 생활임금은 2011년경부터 논의된 개념으로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빈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됐으며 19세기말 최저임금이 낮았던 미국에서 관심을 받았던 개념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같다. 한 시간 일해도 밥한 끼 사먹을 수 없는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서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자는 요구다.     

취업준비생 이주상(28, 남)씨는 “달관한 사람을 주변에서 한명도 보지 못했다”며 “(돈을 벌)기회가 적으니 현실에 적응해 돈을 아끼며 살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취업을 해도 벌 수 있을 때 좀 더 벌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달관세대란 도전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하던 활동마저 포기해가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달관세대 세 번째 기획에서 고용안정성이 보장된 정규직 가운데 저녁이 있는 삶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달관세대에 포함시켰다. ‘생계가 유지될만한 수준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보장돼야 달관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앞선 기획 기사와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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