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과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SK·LG 통신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이 설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측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4대보험 사측 부담금을 노조에서 내라고 요구했다. 

2일 현재 LG유플러스의 경우 노숙농성 166일, 총파업 107일째고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노숙농성 130일, 총파업 104일째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서울 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지는 25일째이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김수복 양산지회장 등 4명이 단식농성을 시작한지는 21일째다. 건강상의 이유로 3명은 단식을 중단했고 현재는 김 지회장만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광판에 오른 두 노동자는 투쟁의지를 다지기 위해 삭발도 했다. 

   
▲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중인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은 강세웅 조직부장. (사진 = 희망노조 제공)
 

희망연대노동조합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측 교섭 대리인인 경총의 교섭에 대해 박재범 정책국장은 “한마디로 전혀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SK브로드밴드가 협상의지가 보이지 않고 강경한 입장이다. 박 정책국장은 “지난해 말 SK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언급될 때는 교섭의 진전이 있을 것 같았는데 가석방이 물 건너가자 더욱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재하도급을 없애고 하도급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4대보험료 등 회사부담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 것, 노조활동 보장하고, 노사간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원청(SK·LG)-하청-노조 3자협의체를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사측은 재하도급 정리를 당분간(SK는 18개월, LG는 36개월) 유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재하도급 문제에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사실상 18~36개월 동안 임금단체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경총과 협력사측은 현장직에게 25만원, 내근직에게 15만원씩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현재 사측은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70만~100만원(퇴직금충당 및 4대 보험 사용자 부담분 40만~50만원, 유류비와 통신비, 차량유지비 45만원)의 회사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노조에서 부담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개통기사들에게 25만원 인상해도 실제로는 대폭적인 임금 삭감을 의미할 뿐이고, 4대보험 등은 원래 사측이 내는 비용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고공농성중인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은 “원청(SK·LG) 사장은 책임이 없다, 하청업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고 하청업체를 대리하는 경총은 권한과 능력이 없다며 노조가 무력화되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고공농성에 들어간 장연의 연대팀장과 내 가족들에게 고공농성을 중단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조직부장에 따르면 사측은 장연의 연대팀장 가족들에게 선물을 보내며 복직도 시키고 월급도 올려줄 테니 전광판에서 내려오도록 설득해달라고 했다. 장 팀장은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봐 고공농성한다고 말하지 않고 지방에 장기출장간다며 20m 높이의 전광판에 올랐다. 강 조직부장은 “설 연휴 전에 사측이 급여와 수당을 올려주려고 하는데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며 파업을 하니 빨리 파업을 그만하도록 얘기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우리 집에 보냈다”며 “제일 약한 부분인 가족을 건드리며 노조를 무력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겨울 내내 노숙농성을 진행한 노조원들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강 조직부장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자야하니까 몸이 상해있고, 오래된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생계도 어렵다”며 “차비가 없어서 농성장에 오지 못하는 조합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조직부장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을 보장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지 과도한 요구는 없다”며 “하루빨리 교섭이 진행돼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참여연대·희망노조·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하고, SK텔레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고객 개인정보를 불법활용 신속히 폐기하지 않고 장기 보관하고,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고객의 상품가입신청서에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를 받아올 것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박재범 정책국장은 “개인정보 불법 보관하고 인터넷 분야 영업에 불법 악용 등 자체적인 증거수집이 완료된 SK텔레콤을 개인정보보호법위반과 사문서위조죄로 먼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며 “추가로 불법 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서 추가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지난달 25일 통신비정규직 노동자들이 “SK가 가입자 개인서명 도용·국책사업 개인정보 유출·가입자 인터넷 장애유도·사회적 기업책무 및 기업윤리 상실했다”며 서울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 = 희망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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