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인터넷 신문 ‘자주민보’의 폐간을 결정했다. 대법원은(재판장 김창석) 지난 13일 인터넷신문등록취소 행정소송 재항고를 기각했다. 자주민보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상고심마저 심의도 하지 않고 기각했다”며 “남북 평화 통일염원을 무참히 짓밟고 민주주의에 사형집행을 감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자주민보가 이적표현물을 게재했다는 이유를 들어 인터넷신문등록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인용결정을 내렸고, 자주민보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 역시 기각했다. 

1·2심 재판부가 밝힌 인용이유는 “자주민보에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내용의 기사가 반복적으로 게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며 “재항고를 기각한다”고 판단했다. 

자주민보 이정섭 대표는 “입법부와 보수단체가 자주민보를 종북 신문 운운하면서 서울시를 압박해 발생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단체 블루유니온(대표 권유미)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 블루투데이(발행인 권유미)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재작년(2013년) 최고위원회의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자주민보 등록을 취소시키지 않고 미적거리는 서울시의 행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 자주민보 이정섭 대표. (사진=이정섭 대표 제공)
 

지난해 검찰은 이정섭 대표가 자주민보에 작성 보도한 이적표현물 153건(한국의 언론과 북언론을 인용한 기사), 개인 블로그에 올린 이적성문건 53건(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내용의 북관련 글), 자작시 등 이적성문건 6건 등을 올렸다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이정섭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법적인 논리로 진행된 판결이 아니라 명백한 정치적 압력”이라며 “자주민보 기사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별개로 사법부가 처리하면 되고 현행법을 지키겠다고 변론문을 통해 밝혔지만 재판부는 우리 입장은 판결문에 언급조차 하지 않고 폐간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주민보가 폐간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지난 11일 ‘자주일보’를 서울시에 새로 등록했다”며 “자주민보가 없어지면 자주일보를 통해 통일과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겠다”고 밝혔다.  

   
▲ 27일 현재 자주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25일 자주민보폐간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주민보 폐간 결정은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정치적 반대세력 동족대결세력 민주주의와 인권을 파괴하는 세력에 의해 자행됐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자주민보도 논평을 통해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에서 딱 한번 있었던 민족일보 폐간에 이어 두 번째 언론사 폐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보수매체 블루투데이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다시 서울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27일 블루투데이는 <폐간된 종북매체, 이름만 바꾸고 재창간…“모진 탄압도 진리의 붓대는 못꺾어”‘황당’>에서 “자주민보의 등록취소심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직전 자주일보의 신규등록을 허용해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도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제는 자주민보의 대표가 대법원 판결 전인 지난 1월 유사 명칭인 ‘자주일보’라는 신문을 다시 서울시로 등록했고, 폐간된 신문에서 로고만 뺀 채 똑같은 내용과 똑같은 웹사이트 주소로 다시 활개 치고 있는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은 지금이라도 새로 등록한 ‘자주일보’의 등록을 반려 취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민보는 2000년 5월 월간 자주민보(이창기 발행인겸 편집장)로 창간됐고, 2002년 9월 월간 '우리'로 개편됐다가 2003년 9월22일 인터넷 언론으로 개편됐다. 창간당시 대표인 이창기 편집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1년 6개월만인 2013년 8월 출소했고, 현재는 이정섭 대표가 발행인 및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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