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정부와 공기업에 무시당해왔는데 사법부까지 외면했다” 

지난 2006년 5월 해고된 KTX여승무원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이 대법원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환 대법관)는 26일 KTX여승무원 34명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무원)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고법)으로 돌려보냈고, 2심에서 패소했던 KTX여승무원 118명이 낸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즉, 대법원 재판부는 KTX여승무원 해고에 대해 고법은 엇갈린 판단을 내린데 대해 두 개 소송 모두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KTX여승무원 34명이 이겼던 원심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원고의 업무협조가 없지는 않지만 각 업무 영역은 구분돼 있고, (파견이 불가능한)안전 업무는 여승무원이 아닌 열차팀장이 담당했으며, 위탁협약을 맺은 철도유통 등이 피고(코레일)과 독립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 재판부는 2006년 해고에 대해 “묵시적 계약관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2004년 4월 KTX가 개통에 앞서 2003년 11월 당시 철도청은 노동부의 반대에도 도급 위탁계약을 맺고 홍익회에 서비스업무를 외주화했다. 2004년 12월 홍익회는 이를 한국철도유통에 양도했고, 한국철도유통은 2006년 5월에 KTX관광레저에 다시 위탁하기로 하면서 여승무원들에게 소속 이적을 통보했다. 당시 382명 중 101명이 KTX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철도유통은 이적을 거부한 나머지 280명을 해고했다.

소송은 34명(1·2심 승소, 대법 파기환송)과 118명(1심 승소, 2심·대법 원고청구기각)으로 나눠 두 개로 진행됐지만 내용은 같다. 원고 측 주장은 △피고(코레일)와 철도유통 사이 위탁협약은 위장도급 △2006년 해고는 부당해고 △해고가 무효이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 지급 등 세 가지다. 먼저 2010년 34명이 소송에 참여해 승소하자 118명도 추가로 소송을 하게 됐다. 

   
▲ 지난 2007년 KTX여승무원 등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사진 = 이창길 기자)
 

KTX여승무원 34명이 승소했던 고법 제15민사부는 “KTX여승무원 업무를 이관한 실질적 주체는 피고(코레일)이라고 봐야 한다”며 “철도유통 등은 사실상 불법파견사업주로서 피고(코레일) 등의 노무대행기관”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당해고에 대해서도 여승무원들이 2005년 12월 31일 새로운 계약을 맺지 않고도 2006월에도 같은 업무에 종사했기 때문에 묵시적 계약갱신이 이뤄졌다고 판단해 2006년 5월 해고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해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시했다. 

반면 KTX여승무원 118명(원고)의 청구가 기각됐던 고법 제1민사부 판결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코레일)이 2006년 철도유통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관광레저는 피고의 자회사”라며 “KTX여승무원은 열차 내 (당시)철도청 열차팀장(코레일 소속 정규직)을 보조하고 열차팀장은 KTX여승무원을 지도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 외에도 2003년 노동부가 KTX여승무원 업무가 판견법령상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견 등을 인용했다. 그러나 결론은 달랐다. 

재판부는 “(당시)철도청과 여승무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서울지방노동청이 2006년 ‘위탁협약의 본질적 부분이 도급계약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와 철도유통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을 받아들여 원고(여승무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리고 26일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26일 대법원 선고 직후 원고 측 소송대리인 최성호 변호사는 “애초부터 두 소송이 같은 내용을 가지고 하는 것인데 판결이 엇갈린 것도 그렇고 법적으로 무리가 있는 요구도 아니어서 정책적 판단을 한 것 같다”며 “하나(118명 2심) 빼고는 다 이기면서 올라왔던 소송들인데 왜 졌는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 26일 대법원 판결 직후 철도노조 김명훈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KTX승무원노조 김승하 지부장. (사진 = 장슬기 기자)
 

철도노조 김명훈 위원장도 “핵심 내용인 노무관리를 누가 했느냐와 관련해 코레일 소속 정규직 열차팀장과 여승무원이 지시관계로 함께 움직이는데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2심 소송 간 일관성도 없었다”며 “오늘(26일) 현대차도 같이 불법파견에 대해 같은 재판부가 판단하는데 우리만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X승무원노조 김승하 지부장은 “철도청장이 입사했을 때 ‘우린 다 가족’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며 “안전문제에 관한 업무는 파견할 수 없는데 우리는 기차에서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하는 직업인데 나라에서 이렇게 우리를 무시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KTX승무원들은 2006년 해고 이후 단식농성·천막농성·쇠사슬농성·고공농성 등을 통해 정규직이 어려우면 한국철도공사가 직접 고용이라도 해달라며 10여년을 싸워왔다. 김승하 지부장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포기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 공사(코레일)와 연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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